[내일의전략]BOK, 마법의 손인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07 16:37

금리인하시마다 주가 상승반전..중국정부 부양책 관건

"세상에 이런 일이…"
이날 장을 지켜본 시장참가자들은 이같은 표현에 동의할 듯 싶다.

영국중앙은행(BOE)이 사상최대폭인 1.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중앙은행(SNB)까지 0.5%포인트 인하에 동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증시가 급락했고 뉴욕증시도 이틀째 주저앉으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초반 4.8% 추락했다.
그리고 한국은행 금통위의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실망하면서 1070선을 회복하던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재개하며 낙폭을 -4.9%까지 키웠을 때만해도 낙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 종가는 3.87% 급등이었다. 장중 저점(1038.72)부터 고점이자 종가인 1134.49까지 무려 95.77포인트의 반전이 이뤄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초반 낙폭을 만회한 게 코스피지수 상승반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그러나 대만 가권지수가 1.03% 올랐고 중국 상하이지수 상승폭이 1.75%에 불과한 것에 비추어 아시아증시 방향전환이 코스피지수 급등반전을 이끌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초반 급락을 딛고 낙폭 이상으로 급등한 코스피지수의 기세가 아시아증시 상승을 촉발시켰다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코스피지수 급등반전을 이끈 재료는 당연 금리인하다. 연기금이 7일만에 1000억원대 주식 순매수에 나선 것이 이같은 상전벽해를 만들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개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수에 나섰지만 전날 순매수 규모에 비해 이날 순매수는 오히려 줄었다.

결국 금통위 금리인하 발표 직후 실망감을 보였던 증시가 이를 호재로 재인식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서 다소 실망감을 피력하면서도 중장기적인 호재라는 데 입을 모았다. 여전히 4.0%의 금리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인하 여력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긴급 금통위를 열고 0.75%포인트라는 예상밖의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춘 바 있다. 당시에도 금리인하 발표직후엔 증시를 살리지 못했다. 후장 중반 이후 재차 900선을 밑돌면서 892.16까지 -4.96% 급락세를 이어간 뒤 장막판 상승반전에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저점이 현재까지 연저점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다음날(28일) 장중 10%(-4.75%→+7.00%)가 넘는 대형 양봉을 만들어낸 뒤 지난 5일까지 일방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29일 정례 FOMC(공개시장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됐지만 미증시는 FOMC 금리결정 하루전이자 금통위 금리인하 다음날인 28일 10% 넘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이같은 주가 방향전환의 단초를 한은의 금리인하라고 본다면 지나친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2번에 걸친 금통위의 금리인하가 증시에 투영된 결과를 놓고 보면 한국은행이 마법의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날 뉴욕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이같은 해석이 섣부른 것이라는 결론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뉴욕장이 급등세를 펼치면서 글로벌 증시 상승무드가 재차 형성된다면 한은의 힘에 대해 경외감을 가져야할 일이다.

변동성이 워낙 큰 가운데 하루가 달리 방향을 바꾸는 증시 상황에서 이제 전망은 금물이다. 주가가 뜨면 상승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치솟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움직이는 판이기 때문에 시세를 추종하면서 꿰맞추는 해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날 또 한번의 코스피증시 반전이 희망적인 결과를 내놓는 쪽이라면 10월 하순보다 한결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한미 통화스왑협정 체결을 통해 더 이상 외환위기나 국가부도위기 같은 공포심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펀더멘털인데 외화유동성 문제가 없다면 내부적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일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시장 상황을 보면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돼도 충분한 체력을 회복했다고 판단된다"면서 "여태까지는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권 연쇄부도까지 파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지만 이제는 구조조정이 증시에 보약이 되는 쪽으로 해석될만큼 상황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 랠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이 생기면서 글로벌 재정확대 공조체제가 본격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증시 전망이 밝다"고 내다보면서 "중국정부의 증시 및 경기부양 조치 또한 글로벌 증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안전기금'을 통해 중국증시를 부양하고 향후 3∼5년간 5조위안의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한국 실물경제와 증시를 누르는 중국발 악재가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한은의 마법이 또 한번 통하면 지난번 고점(1217.82)을 넘어 60일 이평선이 지나가는 1345선 돌파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코스피가 9월 바닥권인 1360선을 넘어서면 증시 추락 공포 또한 일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부터 증시 하락은 증시 붕괴 우려를 낳는 게 아니라 저가매수 기회 제공이 되면서 주가 하락이 더 이상 악재가 아닌 쪽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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