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금리 인하 시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11.07 14:50

(종합2보)기준금리 33개월래 최저,"경기 과도한 위축 막겠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은 경제상황을 주시하면서 언제든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릴 수 있다는 모습이다. 세계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파급되면서 내수가 부진한데다 믿었던 수출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33개월만에 최저 = 한은은 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현행 4.25%인 기준금리를 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2006년 2월 4.00%를 기록한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28일에는 임시 금통위를 통해 4.25%로 0.75%포인트 인하한 뒤 이번에 또다시 0.25%포인트를 내려 1개월만에 금리를 1.25%포인트 낮췄다.

◇"경기둔화 빠르게 진행" =한은이 이날 금리를 인하한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전이되면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자신감을 보였던 수출증가율마저 세계경기 위축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밖에 국제원자재가격 하향안정 및 경기 둔화 등으로 물가의 상승압력이 줄어든 데다, 원/달러 환율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수출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내수도 상당히 부진하는 등 경기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점차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올해 및 내년 상반기 중 국내경기가 과도하게 위축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앞으로 중장기적 물가안정 범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수부진,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우리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해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한은이 이처럼 금리인하를 통해 내수부양 등 경기안정에 나설 수 있는 데에는 물가, 환율 및 경상수지 등 주요 요소들이 그나마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는 "경상수지가 10월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4분기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낼 전망이고, 내년 경상수지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물가상승률도 내년 하반기에는 3%대에 충분히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재는 "미 연준과 통화스와프 계약체결이 합의됐지만 이후 환율이나 주가 등 가격변수들이 기대만큼 안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은이 여러 방면으로 유동성 공급을 늘렸고 기준금리도 큰 폭으로 인하했지만 아직 회사채, CD, CP시장에서는 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감을 보였다.


그는 "경제전망이 시간이 지날 수록 나쁘게 수정되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언제쯤 진정될 것인지 현재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성장률도 상당히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통화완화 기조 재확인" = 금통위 결정 전부터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산업생산과 수출입지표 등에서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건은 금리인하 폭이었다. 전날까지 한은 내부의 분위기는 금리동결 또는 0.25%포인트 인하 쪽으로 흘렀다. 그러나 전날 영국 중앙은행이 사상 유례없는 1.50%포인트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한은 역시 이날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한은이 시장에 보다 확실한 신호를 줬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은의 조치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발표 직후 91일만기 CD금리는 한은의 금리인하폭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자는 "한은이 지난달처럼 한꺼번에 금리를 인하하기보다 경기상황을 주시하면서 금리를 서서히 조정하기로 한 것 같다"며 "세계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만큼 기준금리 결정 시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한은이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12월에도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며,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가 3.25%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잇따른 통화완화 정책이 미약하나마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유동성 지원노력이 시차를 두고 신용경색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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