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잃어도 되는 돈으로 투자하라

김재영 한국투자교육연구소(KIERI) 소장 | 2008.11.14 04:02

[머니위크]투자 달인들의 저녁식사

편집자주 | 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 실패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투자로 진 빚을 갚지 못한 사람도 있고, 너무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가 손실이 커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어떤 돈으로 투자를 해야 위험은 줄이고 성공 확률은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투자의 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들만의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해 보시죠. <머니위크>는 매주 특정 주제별로 가상의 저녁식사 자리에 투자 달인을 초대해 그들의 고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 요즘 신문을 보니 주식투자 실패로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오던데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건 남의 돈으로 투자한 탓이 커요. 신용 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 신용거래, 미수 등을 사용해서 그래요. 모두 '탐욕' 때문이죠. 내가 평생 세미나를 다니면서 수없이 얘기했지만, 여전히 무리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절대로 남의 돈으로 투자하면 안돼요.

◆윌리엄 오닐 - (끼어들며) 그래도 뭐 그렇게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 젊은 사람이라면 은퇴할 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융통성을 발휘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좀 해도 된다고 봅니다.

◆코스톨라니 - 아니, 왜 남의 말을 잘라요? 나이 꽤나 먹은 사람이…. 난 남의 돈으로 투자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톤이 높아지며) 알고 보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른바 금융천재라는 사람들이 파생상품을 활용해 레버리지(leverage)를 극대화하려는 욕심 때문에 자초한 것이에요. 말이 좋아 레버리지이지, 그것이 다 자기 자본이 아니라는 점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거예요. (오닐을 바라보며) 하지만 나 역시도 아예 신용거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닐 - 전 그냥 젊은 사람은 시간이 많으니 실수를 하면서 배울 수도 있다는 점을 얘기하려 했습니다. 저 역시 주식투자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즉 1~2년 정도는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톨라니 - (찡그렸던 주름살을 펴며) 아, 그랬나. 그랬다면 뭐 나랑 같은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군. 나 역시 자기 자본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여력이 되는 범위에서는 돈을 빌려서 투자해도 된다고 한다고 봐요. 예를 들어 이런 거지. 1000만원의 자기 돈이 있는 경우라면 때에 따라서 100만원 정도는 충분히 빌려서 투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떤 경우든 빚이 자기 돈보다 많아질 정도로 투자해서는 안 되지요. 절대로. (다시 오닐을 바라보며) 안 그러면 증시가 폭락했을 때 절대로 편하게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없다네.

◆오닐 - 네, 저도 음악은 편하게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세장이 온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빨리 신용으로 산 주식을 팔고 빚을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강세장에서는 약간의 신용 거래를 허용해도 된다고 봅니다. 물론 강세장을 판단할 만한 내공을 쌓아야겠지요.

◆코스톨라니 - 자네도 음악을 편히 들을 수 있겠구먼. 언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들어보게나. 꼭 내 고향 노래라서가 아니라, 느린 듯 하면서도 순간순간 아주 빠른 템포를 보이는 것이 꼭 주식시장 같다네. 그나저나 다른 분들은 오늘 말씀 안하시네?

◆피터 린치 -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며) 요즘 하도 월스트리트 돌아가는 것이 현기증이 나서 잠시 딴 생각을 했네요. 어쨌든 한 말씀 드리자면, 저는 주식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비로 주식투자를 한다든가, 결혼을 앞둔 청년이 결혼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죠. 왜냐면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2~3년은 오르지 않을 수 있거든요.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아주 '악' 소리가 날 정도이잖아요. 저도 한때 마젤란펀드를 세계적인 펀드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고객이 그런 돈은 맡기지 않았으면 했었답니다.

◆코스톨라니 - 자네가 세계적인 펀드매니저라더니, 그래서 그런지 그런 자세는 마음에 드는군. 그런데 저번처럼 직원들한테 골프 티켓 부탁하고 그런 것은 하지 말게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것은 한순간이라네.(지난 3월 피터 린치는 트레이더들로부터 골프 대회 티켓을 부적절하게 수수한 혐의로 벌금을 물었다.)

◆린치 - 네, 그때도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얼른 말을 돌리며) 그런데 결혼자금이나 자녀 교육비 외에 노년의 생활비도 주식투자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식투자는 가능하면 10년 이상 장기로 하는 것이 좋은데,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그게 쉽지 않으니깐요.

◆필립 피셔 - (멋쩍은 듯 안경을 쓸어 올리며) 날 보고 한 소리인 듯 싶네만, 어쨌든 참고하겠네. 난 요즘처럼 주식투자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주식투자는 역시 여유 자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네.

◆오닐 - (얼른 끼어들며) 여유자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피셔 -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그 돈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돈" 쯤으로 생각한다네. 주식투자로 그 돈을 잃어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규모라는 거지. 물론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 모든 투자자는 일단 투자를 하기 전에 자기가 투자할 수 있는 돈의 규모와 성격을 잘 파악한 다음, 아무리 욕심이 나도 그 규모를 넘어서거나, 용도가 다른 돈을 투자해서는 안 되는 거지. 주식시장은 언제든 먹이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 떼가 먹잇감이 헛발을 짚기만 바라는 곳이지.

◆린치 -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돈이라고 하셨는데요, 한마디로 저는 그것을 '경마장에서 잃어버려도 상관없을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셔 - 자네, 경마장에도 다니나? 골프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그나저나 내 아들 켄(<3가지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의 저자)은 경마장 같은데 가서 도박에 빠지면 안 되는데 말이야. 나이가 많아지니 자꾸 걱정이 늘어. 그냥 계속 책이나 썼으면 하는데,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일레인 가자렐리 - 오늘 여자는 저뿐이라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요, 식사도 잘하고, 좋은 말씀도 잘 들은 것 같아요. 굳이 덧붙이자면 제 생각으로는 최소한 3~6개월 어치의 생활비는 항상 비상금으로 떼어 놓아야할 것 같아요. 문제는 증시가 강세일 때는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올인하는 거죠. 그러다 최근처럼 증시가 무너지면 절망하게 되고요. 1987년 제가 블랙 먼데이를 정확하게 맞혔을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나락으로 빠졌죠.

◆코스톨라니 - 그렇지, 투자자는 항상 공포와 탐욕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해. 그런 측면에서 투자금액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할 일이지. 그나저나 식사 다 했으면 차나 한잔 하러가지.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사장이 요즘 하도 어렵다니 거기 가서 커피나 한잔씩 마셔 주자고. (모두 따라 나선다.)



만찬 참석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1999년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많은 세미나와 기고를 통해 자신의 투자법을 설파하는 등 정력적인 삶을 살았다.

피터 린치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를 세계 최대의 펀드로 만든 주인공으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친절하고 쉬운 저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윌리엄 오닐 기본적 분석을 바탕으로 추세 매매를 하는 투자 고수로 '최고의 주식 최고의 타이밍' 등의 저서가 있다.

필립 피셔 2004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성장주 투자의 대가로 불렸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85%는 필립 피셔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아들인 켄 피셔가 대를 이어 투자 세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레인 가자렐리 1987년 블랙 먼데이 일주일 전 TV 방송에 나와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해 단박에 유명세를 탔다. 그 뒤에 몇차례 예언은 적중하지 않았다.


달인들의 레시피

앙드레 코스톨라니 절대 남의 돈으로는 투자하지 마라. 꼭 해야 할 때라도 자기 돈을 넘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빌려서 투자하지는 마라.

윌리엄 오닐 익숙해질 때까지 1∼2년은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라. 약세장에서는 빌려서 산 주식은 빨리 현금화시켜 갚아라.

필립 피셔 자금의 용도를 명확히 한 후,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돈' 즉 여유자금으로만 투자하라.

피터 린치 2~3년 동안 쓰지 않아도 될 돈으로만 투자하라. 주식은 생각보다 꽤 오랜 기간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일레인 가자렐리 3~6개월 정도의 생활비는 꼭 따로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투자하라.



◇김재영 소장 약력

김재영 소장은 증권 관련 기사나 재테크 기사를 써온 기자 출신이며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주식부자들의 투자습관> <개인투자자가 꼭 알아야할 재무설계법칙> <스트레스 없는 재테크 10가지 습관> 등이 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