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오바마당선 한국차 악영향 없다"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11.07 10:33

"경기부양책 중소형차 수요확대 기대..극단적 보호주의 선택 가능성도 낮아"

현대·기아자동차가 7일 이례적으로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것"이란 공식입장을 내놨다.

오바마 후보의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유세기간 중 그의 발언을 이유로 당선 이후 한국 차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조속한 정책 집행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시장 축소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경기부양 의지를 볼 때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 경기부양, 한국車에 호재?= 현대·기아차는 우선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당선된 오바마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산업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차 판매는 12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산업수요는 지난해보다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경우 전체 매출의 60~70%를 수출에 의존하고 그 중 30%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차산업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시장이 안정되면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유럽 및 기타지역의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간접효과도 기대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경기 회복단계를 겪게 될 미국 시장에서 중소형차에 강한 한국차가 상대적으로 중대형차 중심의 미국차에 비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선택 가능성 낮아"=현대·기아차는 오바마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슈퍼 301조 발동과 같은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나친 보호무역은 세계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울러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당시 한국에서의 미국차 판매부진 등을 내세워 한국 자동차를 거론한 것 역시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으로 보고 있다. 후보의 입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에 실익이 되는 한미 FTA를 깨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재협상을 가정해도 국내 특소세 폐지 또는 자동차세 변경 정도만 있을 뿐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사 한미 FTA가 무산되더라도 한국 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앨라배마에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고 내년에 기아차도 30만대 규모의 조지아공장을 완공하기 때문에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오바마 당선자의 친환경 사업 투자 의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산업에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이 친환경 차량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겐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출가스 규제를 강조하는 민주당의 정책도 상대적으로 배출가스가 적은 중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한국차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