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먹히는 대책…하락세 계속된다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11.13 13:01

[머니위크 기획]11·3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

정부가 지난 11월 3일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포함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은 서울 강남지역의 일부 재건축단지만 자극했을 뿐 아직 그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물가 불안, 대출금리 부담, 미분양 적체 등이 여전히 시장을 짖누르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현재와 같은 하락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국지적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곳이 있지만 전반적인 가격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책효과 미미…시장 '시큰둥'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책 한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안정 및 수요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건설업체나 주택매도자 등 주택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수현 세종대학교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앞서 발표한 정책의 효과에 대한 점검도 없이 시장상황이 나쁘다는 이유로 규제를 쉽게 풀어버리는 등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부동산시장에 다시 거품이 끼는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건설업을 지원하는 등 공급자 중심으로 편향돼 있었다"며 "수요자들이 갖고 있는 부담을 완화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고 이는 선진국에서 가계지원 위주의 대책을 내놓는 것과도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기존 발표내용을 뒤집는 경우도 있어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방안의 경우 지난 9월 1일 정부발표 때에는 올 11월부터 적용키로 했었다.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같은 달 22일 내년 7월 1일 계약분부터 적용한다고 한발 물러섰다가 11월 3일에는 그냥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며 또 다시 뒤집었다.

서초구 반포주공 K공인은 "분명 '규제 완화'는 호재지만 전혀 신선하지가 않고 오락가락이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제 시장은 현 정부의 이런 행동에 면역이 돼서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대치동이나 도곡동 쪽은 급급매물을 중심으로 다시 매수 문의가 있다고 하던데 서초구는 아직까지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매수-매도 차이 커 거래부진

현재의 가격하락세의 중심에는 매수세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택 매수를 꺼리고 있으며 급매물 위주의 선택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강남지역 재건축단지들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규제의 대대적인 완화 방침으로 재건축단지들에서는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만 높아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K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후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달 기준 급매 가격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 계약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S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로 인해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규제완화 이야기가 언급되자 눈치 빠른 투자자들이 급매물 사냥에 나서 11월 들어서만 4건 정도 거래가 성사된 상태"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을 발표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매수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집값 하락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분간 하락이 '대세'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부동산가격이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매수자가 움직여야 한다"며 "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지금 집을 사더라도 값이 오르지 않아 시세 차익이 없거나 설사 오른다해도 미미해서 기회비용만 들 것이라는 정서가 팽배하다"고 진단했다.

수요자들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락세나 보합세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지역들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인천의 경우 상반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동구에서도 가격이 빠지고 있다. 이 일대는 지난 9월 말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꾸준했지만 10월 들어서는 거래가 일체 끊겨 시세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1월 첫주 1주일 동안 0.81%나 값이 내려갔다.

가파른 가격하락세를 보이던 신도시들도 상황은 여전하다. 분당의 경우 수내동과 이매동 일대 대형 면적 위주로 1억원 이상씩 매매가가 하락한 상태다. H공인 대표는 "올 초부터 나와 있던 매물들이 아직까지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수요 부족으로 집값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에 대한 부담도 지속적인 하락세에 한 몫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관련해 용인이나 분당 등 가격이 급락해 있는 지역 중심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금리가 여전하기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매수세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금리가 내려야만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 원리금 감소효과가 발생해 수요층이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은 전체적인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데다 가처분소득 중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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