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로 금리' 시대 온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8.11.07 10:41
- 유로존 잇따라 금리인하, 英 무려 150bp↓
- 美-日 등 선진국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로
- IMF 유럽, 미국, 일본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

6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영국은 무려 1.5%포인트나 인하하는 결단을 내렸다. 역대 최대폭이다. 지난달 8일에 이어 2차 '금리인하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이미 기준금리가 0%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에 영국도 장기적 관점에서 '제로금리'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 세계 제로금리 시대'도 불가능해보이지 않는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리고 있음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달 만에 또다시 0.8%포인트나 낮췄다.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선진국의 동시 경기침체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다.

◇ 유럽 각국 잇따라 금리인하 =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체코 등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4.25%에서 3.75%로 낮췄던 ECB는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금리를 3.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무려 1.5%포인트나 파격적으로 낮췄다. 지난 한달 사이 금리를 무려 2.5%나 내린 셈이다.

이로써 영국의 기준금리는 195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로 낮아졌다. BOE는 금리를 2% 아래로 떨어뜨린 적이 없다. 2차 대전 때도 2%를 유지했다.

씨티그룹의 서부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사운더스는 "금리는 장기적으로 인하될 것이다. 제로 수준까지 갈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스위스와 체코도 각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0.75%포인트씩 내렸다.

ECB는 다음달에도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금리 인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가 더 확대될 경우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4월까지 기준 금리를 2.5%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 동시 '0금리' 시대 열리나 = 미국과 일본도 동시에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로, 일본은행(BOJ)은 31일 정책금리를 0.3%로 조정했다.

시라카와 마시아키 BOJ 총재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BOJ는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해 일본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BOJ의 이 같은 발언은 전세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BOJ가 제로 금리를 피하기는 지금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뿐 아니라 미국의 제로금리 가능성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이 1% 아래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강력한 방법을 동원해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자넷 옐렌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경기가 약세 국면을 이어간다면 FRB가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연율 기준 0.3%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2001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영국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침체의 강도를 볼 때 추가적인 인하가 불가피하다. 150bp라는 파격적인 인하가 이를 보여준다. 이에따라 BOE 역시 기준 금리를 제로로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급진적인 금리인하에 나서야만 하는 국면인 것이다.

◇ 경기침체, 쉽게 안 끝난다 = IMF는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이 2.2%로 둔화 될 것이라고 수정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세계 경제가 침체 상황인 것으로 간주된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제시했었지만 이번 달에 0.8% 포인트 낮아진 2.2%로 수정해 발표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도 지난달에는 3.9%로 발표했었지만 이달에는 3.7%로 낮춰 잡았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경우 지난달 전망은 내년에 0.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번달 전망에서는 -0.7% 성장률로 하향 조정됐다.

유로 지역과 일본도 내년에 각각 -0.5%와 -0.2%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지난달 9.3%에서 8.5%로 낮춰졌다.

IMF는 매년 2차례 발표하는 '세계 경제 전망'을 지난달 이미 발표했지만 오는 15일 열리는 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를 앞두고 전망치를 이례적으로 수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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