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검은 10월'의 재현인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1.07 10:09

[김경환의 투데이]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는 증시로 돌변

고통스런 '블랙토버'(Blacktober, Black+October, 검은 10월)의 재현일까.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란 기대감으로 반등을 지속하던 전세계 증시가 갑자기 암울했던 10월로 회귀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전면으로 급부상하면서 11월 초 증시를 달궜던 반등의 기운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 산타랠리 기대감 상실, 투매 야기

미국에 이어 영국과 유럽이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오히려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심화시킬 뿐 증시 반등의 요인이 되지는 못했다.

리보금리 하락세가 뚜렷해지는 등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회복 조짐도 뚜렷했지만 투자자들은 신용경색보다는 경기침체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지표들도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힘든 와중에도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이었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낳기에 충분한 이유로 작용했다. 또 10월 고용지표가 1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을 것이란 우려도 증시 하락을 자극했다.

최근 증시 반등으로 산타 랠리가 오는 것이 아니냐고 잠시 기뻐했던 투자자들도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현실로 다가오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등의 희망'을 엿보던 투자자들에게 깜깜한 현실이 다가오자 투자자들의 투매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 뉴욕증시 이틀 낙폭 1987년 이후 최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S&P500지수는 이틀새 10%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이틀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다우지수 역시 이틀동안 9.7% 폭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도 증시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당사국인 영국 증시는 5.7% 폭락했고 프랑스와 독일 증시도 각각 6.38%, 6.84% 폭락했다. MSCI 이머징 시장 지수도 5.8% 하락했다.

증시에 만연한 공포감을 반영하듯 '공포 지수'라고 불리우는 VIX지수는 급반등했다. 이날 VIX는 전날보다 무려 16.72% 급등한 63.98로 마감했다. 지난 10월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할 당시 90까지 치솟았던 VIX지수는 지난주까지 주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45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5일에 이어 6일 연이틀 증시가 폭락하자 다시 위험 수위로 회귀했다.

뒤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 증시와 일본 증시도 폭락장을 이어가며 전세계 동반 증시 폭락 우려를 재현하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엔강세와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 6%대 폭락세를, 코스피지수는 3%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 IMF 대공황 이후 최악 침체 예고


전세계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침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최악의 침체 우려를 반영하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세계 3대 선진 경제권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모두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0.1%에서 -0.7%로 하향 조정했고, 유로본과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0.5%, -0.2%로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고통스런 침체를 막기 위해 영란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3.75%에서 3.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 예상보다 큰 英 금리인하 경기침체 공포 가중

그리고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 금리를 4.5%에서 1.5%포인트나 낮춰 3%로 조정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긴급 회의를 소집해 2.5%인 기준금리를 2%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체코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2.75%로 0.75%포인트 내렸다.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의 제로 금리 시대도 임박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영란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50bp라는 유례없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을 두고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징후라고 받아들였다. 이는 곧 전세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물 경제의 심각한 침체에 국면해 전문가들도 증시에 대해 뭐라고 함부로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기업 실적인 내년에도 더욱 나빠질 것이란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으며 한발 빼려하고 있다.

올드세컨드웰스매니지먼트의 마이크 모로코스 투자전략가는 "경제 위기가 끝나기 위해서는 먼길을 가야 한다"면서 "그동안 증시의 버팀목이었던 기업들의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고

투자자들은 이제 금리 인하 마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죽 경제나 나쁘면~" 이란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만큼 투자심리는 반짝 회복되는 듯 하다가 더욱 악화됐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낳고 있다. 뭔가 해결을 볼만한 상황은 아니다. 4일까지만 해도 증시는 '강세장'이 도래했다고 반겼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이틀간 폭락장을 거치며 급격히 희석됐고 베어마켓 랠리로 그치고 말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는 올 4분기가 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경기부양책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증시와 경제는 조금씩 회복될 것이다. 고통스런 1~2개월의 인내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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