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와 더벨이 주최한 '2008 건설부동산 포럼'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잘잘못을 따질 시간이 없다. 과거의 잘못은 잠시 덮어두고 소생할 기회라도 달라"고 애원했다.
이런 건설사들의 바람을 정부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 '11·3 종합대책'을 내놨다. 재건축 규제를 확 풀고 경기부양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용적률은 최고 300%까지 높아지고,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는 모두 해제됐다. 업계가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분양가상한제와 수도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등은 그대로 남았지만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다.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호가가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거래가 없어 말 그대로 호가 상승일 뿐이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냉기가 가시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대책의 수혜 단지인 재건축 조합도 그동안 중단했던 사업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 집값 전망을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뿐이다. 일부 단지의 매물 회수, 호가 상승에 그치고 있을 뿐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너무 늦은 대책이라고 말한다. 시장이 망가질 때로 망가졌는데, 종합대책이 나왔다고 사람들이 움직이겠냐는 것이다.
대책은 늦게 나왔는데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위기는 야구경기로 보면 9회 가운데 1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끔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중견 건설사 위기는 연습경기라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경제팀장이 현 상황을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는데, 재건축 아파트를 미분양 아파트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강 장관은 위기 극복을 강조하면서 야구 1회를 언급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업계와 소비자들은 '위기 극복'보다는 '위기 1회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9회까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강 장관의 '야구 1회'발언은 경솔했다.
강 장관은 앞으로 소비타격의 2차쇼크, 자산감소의 3차쇼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부동산 전문가중에는 자산쇼크가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가 적잖다. 최근 강남 분당 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집값 급락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 동네 집값은 안 떨어졌다고 안도(?)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이건 착각이다. 서울 강북 등 버블세븐이 아닌 지역에서도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의 시세보다 5000만∼1억원 이상 낮은 '급급매물'도 거래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무주택자 역시 집값 급락을 반기기만 할 상황은 아니다. 경제는 유기체여서 한 시장만 망가지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집값을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정부와 시장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색할 때다. 위기 상황에서 잘 버텨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냥 버티기만 해서는 안된다. 의지를 갖고 대안을 찾으면서 버텨야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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