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 대통령 뒤 험난한 美흑인 정치사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8.11.05 17:08
- 노예 해방 이후 정치 참여 시작
- 영향력은 취약…상원 100명중 흑인은 오바마뿐
- 오바마, 과거 흑인정치인들과 다른 이미지로 성공

↑ 미 44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시카고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와 두 딸, 그리고 아내 미셸 오바마.(왼쪽부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미국 흑인 정치사의 새 장이 열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검은 피부의' 대통령이 탄생하기까지 미국의 흑인 정치사는 '가시밭길' 자체였다.

흑인은 노예의 신분으로 미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다. 온갖 차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국 주류사회에 도전해왔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흑인 정치의 역사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해 '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남북전쟁 이후 1877년까지 미국의 일부 남부 주에서 흑인들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수백 명이 주 정부에서 일했고 16명이 의회에 진출했다.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은 1870년 미시시피주에서 당선된 히람 레블스 의원이다. 레블스 상원의원을 포함한 당시 흑인 의원들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었다.

1870년부터 1901년까지 남부의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플로리다 등 8개 주에서 흑인 의원들이 당선됐다.

흑인들이 정계에 진출하자 반발도 적잖았다. 1866년에는 백인 우월주의 조직인 'KKK단'이 생겼다. 또 이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1920년대 말까지 흑인 정치참여는 '암흑기'였다.

1902년부터 26년간 의회에 흑인 의원이 단 1명도 없다가 1928년에야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공화의 오스카 데프리스트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1930년대에는 흑인 정치사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다. 70년 넘게 공화당을 지지했던 흑인사회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에 영향을 받아 민주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흑인들은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됐다.


또 주로 남부에서 살던 흑인들이 미국 전역으로 뻗어 나가면서 북부와 서부지역에서도 흑인 의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1963년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인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가 화제가 되는 등 흑인 인권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흑인의 정계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에서 흑인의 정치적 영향력은 미약하기만 하다.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흑인 비율은 13%지만 하원에 진출한 흑인의원은 42명으로 전체 435명의 10%에 불과하다. 상원의원 100명 중 흑인은 버락 오바마 1명이다.

정부 인사 중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 때 법무차관을 지낸 데벌 패트릭 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지금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두각을 나타냈을 뿐이다. 흑인 주지사는 지금까지 4명뿐이었다.

이런 척박한 기반에서 오바마가 초선 상원의원에서 최초 흑인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흑인 정치인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대권도전에 나섰던 흑인인 알 샤프턴과 제시 잭슨 목사는 '유색인종'이라는 점을 정치적인 무기로 내세워 흑인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말콤X와 마틴 루터 킹 등 인권운동가들도 백인 주류사회에선 위험인물 취급을 받으며 결국 암살당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들과 달리 '당당한 주류'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링컨 전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일리노이주를 정치 기반으로 삼았지만 흑인의 피해의식은 강조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미국인들이 점차 오바마를 그들과 비슷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버지는 케냐 흑인이지만 어머니가 백인이라는 점도 백인 사회의 벽을 뚫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