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R의 공포' 이미 선반영했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1.04 11:59

[김경환의 투데이] 미국 대선 효과도 관심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졌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10월 자동차 판매가 인구 증가율을 감안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증시는 이러한 우려를 딛고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기록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10월 주가 하락 충격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 경기침체 우려를 선반영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M의 10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45%나 급감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포드뿐만 아니라 토요타 등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이 급감했다.

마크 라네브 제너럴모터스(GM) 북미지역 판매 책임자는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의 붕괴는 유례없는 신용위기와 연계된 것"이라며 "이제 신용위기가 주택시장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JP모간 글로벌 매뉴팩처링 PMI도 10월 41.0을 기록, 지난 1998년 1월 지수를 산정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5개월째 기준치인 50을 밑돌며 전세계 제조업 경기가 5개월째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증시는 이 같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06%, S&P500지수는 0.25%씩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0.31% 상승했다. 그리고 뒤이어 열린 아시아 증시도 일본 증시가 오르고 있고, 한국 증시는 강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하락 이후 11월들어 기초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주목할 요인이 있다. 바로 눈앞에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다.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지만 선거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증시도 선거 결과와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제레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의 분석을 인용, 1988~2004년까지 대선기간 동안 주가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공화당이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선거일 다음달 주가가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낸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단기 승부를 노리는 투자자들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에게, 장기투자를 내다보는 이들은 오바마 후보에게 판돈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가 되는 증시에서는 불확실성이 하나가 걷히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부시 행정부의 뒤를 이어 등장할 강력한 리더십은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지금 시점에서 주식을 매각하지 말고 장기 투자를 하라는 조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학교 교수는 지금 시기에서 주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고 있다면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자신이 고안한 인플레이션 조정치를 감안한 주가수익률(P/E ratio)에 기초해 이같이 분석했다.

1890년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거품이 없었던 시기의 실러 주가수익률 평균은 14.6배를 기록했다. 실러 주가수익률은 1980년대 초반에는 6배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이 기간동안 24배 이상으로는 한번도 치솟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들어 실러 주가수익률은 갑자기 30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2000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44배를 기록했다. 그리고 곧바로 거품이 꺼지며 약세장이 뒤따라왔지만, 실러 주가수익률 20배 초반으로 하락한 것이 전부였다.

2003년부터 2008년 초반까지 실러 주가수익률은 25~28배를 유지했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금은 15.7배로 하락했다. 이는 1890~1990년대 초반 실러 주가수익률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러는 그러나 장기 투자를 강조했다. 실러 교수는 "1930년대 초반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거뒀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지금 주식을 사더라도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켓워치 역시 내년까지 전세계 경제의 침체가 예고돼 있지만 이미 증시는 이러한 영향을 반영했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팔면 자산관리에 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슈왑센터파이낸셜리서치의 마크 리프는 "일반적으로 회복기에는 초기 몇 달간 회복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확실한 신호가 올 때까지 기다릴 경우 큰 수익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바클레이글로벌인베스터의 크리스티 미첨은 "공포와 패닉에 바로 바로 대응하는 투자는 거의 항상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시가 회복되면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대부분 그 회복기를 놓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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