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실적 희비..'후판이 뭐기에'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11.04 16:14
선박을 건조하는데 사용되는 후판(두꺼운 철판) 가격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울고 웃고 있다.

조선업계는 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 급등으로 이익률이 크게 낮아진 반면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공급이 부족한 후판 부문에서 수익을 남기고 있다.

◇현대重 조선부문 영업이익률 15→6%로 뚝= 4일 조선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3분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11.6%에서 7.1%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엔진, 건설 등을 제외한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2분기 15%대에서 3분기에는 6% 안팎으로 대폭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 악화에는 후판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와 동국제당 등 국내산과 일본 중국 등 수입산 후판 가격은 1년새 1.5~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3분기 강재 투입단가가 전기 대비 22.7%, 전년동기 대비 59.6% 급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후판 가격 상승과 수입 후판의 환율 영향 등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영업이익률 하락의 절반 정도는 후판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다른 대형 조선업체들도 3분기 영업이익률이 2분기에 비해 상당폭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동국제강 '믿을 언덕' 후판= 반면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후판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공급 부족이 심한 만큼 다른 철강 제품보다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부문별 영업이익률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후판 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률 이상을 남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3분기에 2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포스코의 후판 부분 이익률은 25~30%, 3분기 16~17%선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되는 동국제강은 20%의 안팎의 후판부문 이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강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지만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제품도 후판이다.

◇공급은 걷고, 수요는 날고= 후판 가격 급등은 그동안의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연관이 있지만 늘어나고 있는 조선업계의 후판 수요를 생산이 못 따라가고 있는 탓도 크다.

'조선 빅3'만 하더라도 지난해 191만톤의 후판을 사용한 현대중공업이 올해 230만톤, 삼성중공업은 120만톤에서 150만톤, 대우조선은 114만톤에서 140만톤 수준으로 후판 사용량이 늘어날 예정이다. 빅3의 후판 사용량만 지난해에 비해 100만톤 가량 늘어난다. 여기에 다른 조선소들까지 포함하면 올해 후판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300만톤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포스코와 동국제강을 합친 국내 후판 생산량은 지난해 690만톤에서 올해 760만톤으로 70만톤 늘어나는데 그쳤다.

◇후판 증설 시기 놓쳤다 지적도=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철강업계가 후판 증산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지난 2004년 조선 호황을 대비해 후판을 증설을 강력히 요구했었지만 철강업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주장이다.

포스코가 200만톤,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각각 150만톤씩 후판 설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2010년 이후에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당시 조선시황에 대해 최고 권위를 갖고 있던 클락슨도 조선 경기를 불안하게 봤었다"며 "후판 증설의 경우 2~3년이 걸리는 대규모 투자이고 후판을 포함한 전반적인 철강 수요를 모두 봐가며 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