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생각보다 더 많이 오른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1.03 16:41

정부 종합대책은 시장불안 해소 후 구조조정 시사

증시 불안감이 여전하다. 비록 코스피지수가 사흘연속 상승하면서 1100대로 딛고 올라선 게 확실해 보이지만 20일 이평선을 넘지 못한 것은 베어마켓 랠리라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내놓은 '경기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증시 상승세가 대충 마무리되지 않을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부동산 PF 대출이나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직접 겨누지 않고 건설부문의 활성화를 선결과제로 내놓았다.

당장 자금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를 도려낼 경우 건설업은 물론 증권, 은행, 그리고 개인까지 연쇄 파급효과에 휘말리고 금융시장 불안감이 재부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장 안정책을 추진한 뒤 구조조정은 나중에 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주식시황팀장은 "현실 그대로 몰아세우면 생각보다 파장이 크기 때문에 일단 안전망을 쳐두고 시장 심리가 살아난 뒤 내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바람직한 대안을 내놨다"고 평가하면서 "레버리지 등 과도한 차입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지만 선의의 가계 및 기업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끔 하면서 경제위기감을 재발시키지 않는 장기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건설사 주가가 떨어지면서 건설업종이 2% 넘게 하락했지만 많은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주말 숱한 중소형 건설사가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축된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1100대에서 머물러서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 성공할 수 없다. 연저점(892.16)에 비해 25% 넘게 오른 상태지만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라는 우려를 떨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수 반등세에 제동이 걸리거나 다시 하락하는 모습이 생긴다면 환매가 본격적으로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증시 불안감이 일소될 정도의 레벨을 회복해야 하며 IMF 외환위기 당시처럼 다시 전저점이 붕괴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만 시간이 필요한 정부 종합대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주가가 대충 오르다말면 환매욕구가 거세질 수 있지만 원금 회복 기대감을 불러낼 수준까지 상승하고 그 레벨을 유지한다면 우려와 달리 주택 및 경기 문제가 큰 파열음을 내지 않고 물밑으로 잠복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 레벨은 아마도 1500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증권사가 내놓은 11월 증시전망에서 1500선은 가장 밝게 보는 증권사의 주가 상단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정도까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무리지만 공격적인 정부대책에 비추어 불가능한 일로 단정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다.


지난주초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75bp의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것이나 3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이 뜻밖의 일이었던 것을 보면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경기 활성화 및 증시 부양책이 줄을 이을 공산이 있다.

미증시는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우와 S&P500, 그리고 나스닥 등 뉴욕 3대지수가 모두 20일 이평선을 돌파한 데 이어 단기 골든크로스가 임박한 상태다.
미증시보다 많이 떨어진 이머징마켓 증시가 회복 단계에서조차 미증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증시 회복력이 떨어지도록 방치할 글로벌 공조가 아니다.

개인이 7일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으며 외국인이 다시 현·선물 동시 순매도에 나섰지만 매도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
6조7000억원대까지 떨어진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은 8조원대로 증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엔화 및 미달러 약세도 고무적이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선을 넘게 되면 엔화 강세는 끝난 것으로 판정날 수 있다. 유로화 강세 또한 유로지역 불안감이 낮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주가 상승의 2차 모멘텀은 미대선 이후 유럽과 한은의 금리인하에서 생길 수 있다.
장중 상승세가 반복해서 꺾이고 하락반전하기까지 하는 모습은 크게 우려되는 바가 아니다. 매물을 소화해 나가면서 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것은 일방적인 급등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면 다시 하락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길게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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