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美 국채 사줄까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1.03 15:10

보유 미 국채 매각 사실상 중단..신규 매입 가능성 제기

이 기사는 11월03일(11: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면서 외환보유고내 미국 국채 매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한은은 수익률 제고와 투자 통화 다변화, 외환시장 개입용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여왔다. 하지만 달러 스왑 라인 확보로 자체적인 달러 확보의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미국 국채 매각을 중단, 미국과의 금융 공조를 할 필요가 생겼다.

미국은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번에 연준과 통화스왑 라인을 구축한 나라들이 미국 국채 매입에 직간접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BOK, 환율 상승 막기 위해 美 국채 팔았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한국(한국은행과 국내 금융회사 포함)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지난 8월말 현재 379억달러로 작년 말에 비해 13억달러 줄었다. 2006년말 667억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이 통계는 재무부가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전체 투자 비중을 산출한 것으로 실제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각국의 미국 채권에 대한 투자 흐름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유효하다.

한국은행도 스스로도 미국 국채 등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여왔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한은을 포함한 국내의 해외 투자는 미국 국채에 치중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달러화 비중이 높았던 것에 대한 통화 다변화와 더불어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해외 투자 은행을 통해 선진국 우량주식에 운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채 매각의 정황은 올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환율이 외환위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폭등하자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 스왑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왔다.



환율이나 시가로 인한 평가부분을 제외할 경우 외환보유액은 올해 1월부터 줄곧 감소했다. 9월까지 줄어든 규모가 무려 224억 달러로 한달 평균 24억달러에 달한다. 매달 8억~10억달러의 이자수입이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30억달러 이상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이 한달에 한번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은 9월말 현재 2396억달러로 연초대비 226억달러 줄었다. 유가증권에서 162억달러(2431억달러→2269억달러), 예치금에서 64억달러(186억달러→122억달러) 줄었다. 외환보유액중 가장 유동성이 좋은 미국 국채가 주요 매각 대상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 장관의 통화스왑 필요론 'reverse spill over'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IMF 총회에서 우리나라 포함 개도국이 FRB와 통화스왑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근거는 바로 'reverse spill over'다. 한국처럼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가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미국 국채를 팔게 되면 미국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일종의 '압박용' 카드였다.

강 장관은 지난 30일 한미 통화스왑협정 체결 관련 브리핑에서도 "이머징 마켓이 유동성 문제로 어려우면 미국 국채를 팔수밖에 없고 그러면 미국의 노력이 헛되게 된다"며 "이러면 역전이(reverse spill over)가 생길 수 있어 미국을 위해서도 우리와 통화스왑 라인을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미국에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왑라인이 깔리게 되면 미국 국채를 더 이상 안 팔겠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한은과 재정부 관계자들도 긍정했다.

통화스왑 라인 구축으로 '리버스 스필오버' 문제가 해소되면 미국 국채를 더 팔지 않아도 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정부와 한은 고위 관계자는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BOK, 담보제공했을까...미 국채 매입 공조 가능성도 제기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한-미 통화스왑'라인 구축을 위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중 우량 유가가증권(이를테면 미국 국채)을 담보로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끼리도 신용등급이 다를 경우 등급이 낮은 은행이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며 "BOK가 FRB에 미국 국채를 담보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700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이를 신규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 공조 차원에서 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 매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스왑라인을 받은 우리나라도 이에 상응하는 공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이 구제금융을 위해 7000억달러의 국채를 찍으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해 미국 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다른 국가들이 이를 십시일반으로 떠안을 개연성은 충분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4. 4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5. 5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