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유럽 내년 마이너스 성장… 한국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이학렬 기자 | 2008.11.02 17:33

세계은행 "개발도상국 경제도 비상"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내년에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선진국의 실물경기 침체는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수출 악화로 이어져 전세계 실물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 경제 더 악화"=린이푸(Justin Yifu Lin)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는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현 금융위기가 개도국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 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금융비용 상승, 신용경색 발생, 주택가격 붕괴에 따른 부의 감소로 소비 및 투자가 동반 축소돼 미국 및 선진국의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린이푸 부총재의 예견처럼 위기의 진앙지이자 세계 경제의 핵심인 미국은 심각한 소비 위축으로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소비지출이 17년만에 처음으로 3.1%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0.3%를 나타냈다. 소비 위축은 상품재고 증가→가격 하락→기업 투자 축소→감원→소비 축소의 악순환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현지시간) "많은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는 새로운 위협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 이미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던 일본 경제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엔화 가치 상승까지 겹쳐 수출 위축 우려가 커지며 휘청거리고 있다.

유럽은 이미 실물경제 침체로 시름 중이다. 영국의 집값은 1년전보다 14%가 하락했고 스페인은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15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프랑스와 독일도 신용경색이 불러온 내수 불황에 고전하고 있다.

 ◇개도국 실물경제도 '비상'= 린이푸 부총재는 선진국의 금융위기와 경기 둔화가 개도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개도국의 급격한 수출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원천 축소 △선진국 노동시장 위축에 따라 개도국으로 송금되는 금액 축소 △2차 충격으로 인한 위기 악화 △개도국 내 경제위기 도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린이푸 부총재는 이런 위험에 대비해 "개도국들은 우선 금융부문의 위기가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원자재 가격 및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통화팽창을 통해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의 산업고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재정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교육·보건 투자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 및 고도화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기 하강 조짐 본격화=선진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현재 경기와 미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8개월 연속 동반하락했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조업일수를 감안할 때 7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줄었고 9월 소비재 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 감소했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도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인 UBS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모든 기관을 통틀어 가장 낮은 전망치다.

 이보다는 높지만 국제통화기금(IMF·3.5%), 한국금융연구원(3.4%),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3.6%), 현대경제연구원(3.9%) 등 국내외 다른 기관들도 3%대 중반의 저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년 세계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 동안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던 신흥개도국의 경기 하강세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한국도 이에 대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