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목이 길어진 기린처럼…

이진수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11.03 10:24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생물의 진화는 생존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개체들은 살아남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개체들은 도태되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예컨대 목이 긴 기린은 높은 나무 위의 잎을 먹고 생존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기린은 도태되어 오늘날 우리가 목이 긴 기린만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물의 진화과정 처럼 기업도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업들은 계속하여 존속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파산, 인수 또는 합병 등을 통해 소멸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업들이 살아남을까요. 미국의 생존 기업들에 대한 최근의 연구(Fogel, Morck, and Yeung, 2008, "Survival")는 이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1978년과 1989년에 존재했던 미국의 기업들을 14년 후인 1992년과 2003년에도 여전히 영업을 지속했던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구분하고 이들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분석하였습니다.

우선 1979년 존재했던 1276개 기업 중 1992년까지 생존한 기업은 702개였고 1989년에 존재했던 2205개 기업 중 2003년까지 생존한 기업들은 1156개로 생존율이 50퍼센트 정도였습니다. 대략 두 개의 기업 중 한 개의 기업이 14년 후까지는 없어졌다는 것으로 생존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이들 생존기업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기업의 가치가 동일한 산업내의 타 기업에 비해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가치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맞게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생존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생존기업의 특징은 부채수준이 낮고 배당을 적게 하며 여러 부문에 걸쳐 사업다각화를 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또는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사업을 다각화한 기업은 한 부문의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다른 부문의 사업이 양호할 수 있어 생존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낮은 부채 및 배당수준과 사업다각화가 지나쳐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배치되는 경우에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비우호적인 인수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기업의 생존가능성이 낮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의 금융위기와 이의 실물경제로의 전이로 인해 향후 상당기간 경영환경이 악화되어 기업의 생존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가치의 극대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운영되어 향후 생존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져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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