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 담보보다 신용" 日 은행 변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11.03 10:39

금융위기 '함께 쓰는 우산' (2) 일본 금융에서 배운다

일본이 거품 붕괴 이후 되레 기업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현장을 중심으로 한 정교한 신용평가모델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도 과거에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길 주저했다. 때문에 신용도나 사업성, 시장상황 등 기본평가보다는 담보 및 보증에 의존했다.

기업이 가진 고유 리스크를 평가하기보다 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회수할 수 있는 부동산 등 담보에만 주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담보대출은 현금흐름을 살피는 것보다 부실화 가능성이 되레 높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은행들의 태도가 변했다.

은행들은 론리뷰를 철저히 하는 한편 재무제한조항(Covenant) 및 신용평점모형(Credit Scoring Model) 등 체계적인 평가기법을 도입했다. 대출 이전에는 신용리스크를 철저히 측정하고 이후에는 현장을 토대로 한 사후감시(monitoring)시스템이 강화되면서 대출 부실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즈호CB(Corporate Bank). 일본인들이 '중소기업 대출'하면 떠올린다는 곳이다. 미즈호그룹은 중소기업 무보증 대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3년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 조성실적이 5조7818억엔(시장 점유율 40%)에 달한다. 미즈호CB에는 신디케이트론 전담부서가 있는데 2002년 4월 출범 당시 1부 30명에서 그해 연말 6부 200명으로 조직을 확충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신디케이트론 및 구조화금융(스트럭처드파이낸스) 등 중소기업 관련 대출심사 및 유동화, 사후관리까지 모든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신용평가능력을 토대로 미즈호CB는 중소기업에 무담보·무보증 대출을 크게 늘려갔으며 이를 보는 은행들도 기업을 보는 시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미즈호CB가 2003년 10월 자회사로 설립한 '미즈호비즈니스금융센터'에도 이런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금융센터는 미즈호CB의 대리점 격으로, 자체적으로 관리하기 힘든 지역에 대한 대출심사 및 취급, 관리 등을 전담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특히 금융기관 퇴직자 가운데 경력이 많은 150명의 직원을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록 나이가 많아도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에는 이들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미즈호의 기대대로 이들은 '공장에서(現場) 제품을 보고(現物) 사실대로(現實) 평가한다'는 '삼현(三現)주의'로 큰 성과를 올렸다. 설립 5개월 만인 2004년 3월말 수도권 5개 지점에서 7000개 기업에 시행한 대출 1000억엔을 관리하는 등 조직이 확충됐으며, 이후에는 지방에서도 사업조직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책상에서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금융을 관리하면서 나온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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