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와 코닥, 그들의 선택과 결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11.02 12:45

LG경제연구원 "경기침체기는 기업에게 기회"

#사례1. 노키아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타개책이 필요했다. 이에 목재, 제지, 고무, 케이블 등 대부분의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다. 또 유럽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8년 세계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섰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40%를 넘나드는 점유율로 2위 업체와 차이를 더욱 넓힐 수 있었다.

#사례2. 비슷한 시기 코닥은 경기 침체기를 맞이하자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필름 사업을 오히려 강화했다. 그러나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던 필름과 카메라는 이미 디지털 제품들에 시장을 잠식당하던 중이었다. 경기침체 막바지인 1993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차세대 유망 사업이던 디지털 사업, 의료, 제약, 화학사업을 기존 핵심 역량과 연관 없다는 이유로 매각했다. 그 결과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으며 수익성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지게 된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들간 경쟁 지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2000년대 초 경기침체기 전 시장점유율 2위였던 델은 경기침체기를 벗어나면서 1위로 올라섰으며 1위를 달리던 컴팩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HP에 인수합병됐다. 노키아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킨 반면 에릭슨은 세계 톱3의 자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전후의 미국 기업의 변화를 보면 이전에 상위 25%에 속하던 기업 가운데 60%만 버블붕괴 이후에도 상위 그룹을 지켰다. 앞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 이전에 상위 25%의 기업 중 5분의 1 이상이 침체기 이후 하위 25%로 추락했다.

LG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한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경기침체기는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위협이 되기도 하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기에는 기업들은 수요 부진으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고 소비자들은 가격과 기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소비행태를 바꾸게 된다. 또 저렴한 가격에 기업을 인수·합병(M&A)할 기회도 늘어난다. 이같은 현상들이 기업들에게 '변화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

연구원은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기적인 '큰 그림'을 갖고 대응했다는 데 있다.

연구원은 "경기침체기에 들면 기업의 유동성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단기 대응에 급급하게 된다"며 "그러나 큰 그림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키아가 이동통신사업 중심으로 구조 대전환에 성공해 호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반면 컴팩이 단기 처방 중심으로 대응하다 장기적인 사업 구조 고도화에 실패한 사례를 제시했다.

연구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펀더멘털' 강화에 초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애플과 노키아는 단기적 재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사업 역량 구축에 주력지만 코닥과 산요(SANYO) 등은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성장성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또 아이팟(i-Pod) 신화를 만든 애플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 출시와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