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은행, 中企이어 가계도 대출중단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11.02 16:01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이어 가계대출도 줄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 신규대출을 아예 중단했고, 개인 신용대출 심사 조건도 까다롭게 바꿨다.

자금 조달이 꽉 막힌 상태에서 예대비율, 원화유동성 비율 등의 규제를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이 사실상 '대출거부'에 들어가자 고객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담보 신규대출 중단=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이 71조659억원으로 전달(71조1219억원)보다 560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 66조5609억원에서 6월말 69조986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였던 점과 비교된다.

하나은행도 전달보다 472억원 줄어든 24조85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22조6053억원, 6월말 23조5783억원, 8월말 24조6459억원 등으로 계속 늘다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선 것.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1조6286억원, 33조734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달에 비해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증가폭은 상반기 보다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추세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 줄이기 작업에 돌입했다. 일부 은행은 대출 심사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본부 차원에서 대출 목표 규모도 줄였다. 시중은행의 일부 영업점은 이달 주택담보 신규 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개인 신용대출 규모도 평상시보다 대폭 줄였다.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어제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와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아예 받지 않고 있다"면서 "평소 2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의 경우 1000만원 정도로 줄여 대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2~3주 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단 설명이다. 은행권 공동으로 취급하는 '공무원신용대출'도 중단되면서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가계 여신목표액도 조정=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이어 가계대출마저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자금조달이 막혔기 때문이다.

은행 조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은행채 발행이 쉽지 않다. 조달 금리도 치솟으면서 대출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원화유동성비율 규제가 완화되긴 했으나 효과를 보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신경써야 한다. 국민은행의 BIS비율은 9월말 현재 9.76%로 감독기준인 10%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주사 전환 부담으로 BIS비율이 떨어지자 국민은행은 지난달 여신 목표액을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11.90%로 떨어지는 등 다른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

높은 예대율과 연체율도 문제다. 은행권이 대출 늘이기 경쟁에 나서면서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예대율이 100%를 넘어섰다. 또 가계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 연체율에 비해선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 목표액을 하향 조정하면서 일찌감치 가계대출 목표액을 달성한 영업점의 경우 '뜨내기' 고객들에겐 신규 대출을 해 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지하철서 지갑 도난" 한국 온 중국인들 당황…CCTV 100대에 찍힌 수법
  2. 2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했다…"한달 만에 연락 닿아"
  3. 3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4. 4 빵 11개나 담았는데 1만원…"왜 싸요?" 의심했다 단골 된 손님들
  5. 5 한국 연봉이 더 높은데…일 잘하는 베트남인들 "일본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