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2]美대선,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11.02 17:17
4일 열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민주와 공화 양당 모두 '흑인 대통령'의 당선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이기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는 FOX, ABC, 갤럽 등 최근 7개 기관의 지지율 조사에서 모두 상대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평균 7%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의 '실탄'인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양후보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9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1억5000만달러를 모금해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고, 10월25일까지 TV광고 지출액도 매케인의 두 배인 2억500만달러에 달해 역시 역대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선거자금과 국민여론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오바마는 지난 29일 강력한 '끝내기' 승부수를 띄웠다. 무려 500만달러를 쏟아부어 NBC, CBS 등 주요 7개 방송에 장장 30분짜리 선거광고를 내보낸 것.

프라임시간대 방영된 이 광고는 CBS, NBC, FOX 등 3개 TV에서만 2600만명이 지켜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대 평균 시청자수보다 300만명이 더 많은 사람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또한 갤럽에 따르면 TV광고 방영전인 25~27일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49% 지지율을 기록해 매케인 후보를 2%p 차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광고 방영 직후인 29~31일 조사에서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54%로 상승한 반면 매케인은 38%로 추락해 16%p까지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하게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TV광고 마지막에 생중계로 연결된 플로리다 유세현장에서 오바마의 손을 맞잡고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끌었다.

오바마는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유명한 캠페인구호를 바탕으로 두 차례나 대통령에 당선됐던 클린턴의 재임시절을 상기시키며 "내가 당선되면 미국 경제가 그때와 같은 호황을 다시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케인 측은 오바마의 '끝내기 선언'과도 같은 TV광고 물량공세에 경제가 어려운데 흥청망청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설득력은 떨어졌다.

오바마는 1976년 연방정부의 선거보조금 제도 도입 이후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체 자금으로만 선거를 치른 최초의 후보다. 대부분 자금이 개미들의 소액 정치헌금인만큼 정부의 보조금으로 선거를 치르는 매케인 후보가 꼬투리 잡을 데가 없다.


◇ '이변은 없다' 여권마저 패배 후 준비 중

대표적인 공화당 표밭인 콜로라도에서조차 8%p차로 우세를 보이는 등 오바마 후보가 속속 격전지를 접수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백인 유권자들이 매케인에서 오바마 지지로 돌아선 흐름이 이같은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1964년 이후 줄곧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인디애나에서도 오바마는 매케인의 뒷덜미를 잡아, 오차범위 이내인 2%p 차까지 뒤쫓는 데 성공했다.

막판 변수로 떠올랐던 '브래들리 효과'도 기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브래들리 효과는 1982년 선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던 브래들리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패배하면서 등장한 단어다. 일부 현지 언론은 실제 대선결과가 여론조사와는 다를 수 있다며 여전히 브래들리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판세로 볼 때 오바마가 브래들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같은 결과를 반영한 CNN의 대선지도에 따르면, 오바마는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 270명을 훌쩍 넘는 291명의 대의원을 확보했고 매케인은 16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표가 모두 매케인 후보에게 집중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당선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조기투표에서도 오바마는 58% 대 42%로 우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압승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매케인 후보는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막판 역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공화당 내부에서마저 선거 패배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후속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지명 등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 중 일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매케인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 후보 모두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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