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인하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0.31 15:55

27조엔 추가 경기부양대책 이어 전방위적 경기부양노력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더 이상 인하 여력이 없어 보이던 일본은행(BOJ) 마저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미국이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로 낮춘데 이어 일본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0.50%에서 0.30%로 20bp 인하했다. BOJ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1년 3월 이후 7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날 인하폭은 시장 기대인 25bp 보다는 적었다. 그러나 이미 0.50%라는 충분히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이 금리 인하에 나섰다는 사실 만으로도 일본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도 인하 결정이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성'에 더 무게를 줬다는 평가이다.

이날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한 9명의 정책위원들은 금리 인하 여부와 폭을 둘러싸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4대 4로 팽팽히 맞섰다. 결국 캐스팅보트를 쥔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은 총재의 선택으로 금리 인하가 결정됐다.

금리인하 폭도 전문가 예상치인 25bp를 하회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가 잇단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한층 침체로 향할 경우 조금이나마 추가 인하의 여지를 두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시라카와 총재가 금리 결정이후 "4명이 반대했다고 했는데 그중 3명은 더 큰 인하폭을 원했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그동안 BOJ는 엔화가치가 13년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닛케이평균주가가 1982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하자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려왔다. 특히 일본의 동력인 수출 부문의 부진 우려로 금리를 시급히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진 점도 금리인하를 뒷받침했다. 일본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2.1% 상승, 예상치에 부합했고 핵심CPI는 2.3% 상승해 전월의 2.4%에 비해 낮아졌다.

이즈카 나오키 미즈호 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직면한 경제 및 금융 시장 상황에서 금리인하에 나설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엔화가 28일부터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BOJ가 추세에 저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야 테이조 전 BOJ 정책위원은 "실질적으로 20bp의 금리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부양 효과는 거의 없지만, BOJ는 그럼에도 금리인하의 의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2. 2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아편전쟁에 빼앗긴 섬, 155년만에 중국 품으로[뉴스속오늘]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