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 고려아연마저 8년만에 적자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10.31 14:55

상품가격 급락, 환차손, 유가증권 손실 '3중고'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탄탄한 기업들마저 적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2위의 아연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우량기업 고려아연마저 올 3분기 8년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환차손에 유가증권 투자손실까지 '3중고'가 겹치고 있는 탓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3분기에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영억이익은 777억원으로 전분기의 44% 수준으로 떨어졌고, 당기손익은 11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이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아연, 연(납) 등을 주로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아연 생산 규모 세계 2위로 생산성, 부산물 활용 등 기술면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업체다. 연간 순익으로는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지난 94년 이래 한번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자랑했다. 지난해 순익만 422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 주력인 아연, 연 가격이 하락했지만 부산물로 뽑아내는 금, 은, 동, 인듐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76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익성의 67%를 기여하는 아연과 연 가격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경기 침체 우려에 투기성 수요까지 빠져나가면서 아연은 전분기 평균가격 대비 20.9%, 연은 28.6% 급락했다. 여기에 2분기까지 견조했던 금, 은 가격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순식간에 전분기의 절반 아래 떨어졌다.

영업외실적은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의 덫에 걸렸다. 모든 매출이 달러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헤지 차원에서 보유했던 외화 부채가 기말 환율 급등으로 411억원의 손실을 냈다. 여유자금으로 운용했던 투자유가증권에서도 36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아연가격 하락과 호주 달러화 급락으로 호주 현지의 자회사도 적자를 기록, 지분 평가손까지 더해졌다.

고려아연은 환율과 주가 등 영업외 변수의 영향을 없애기 위해 3분기 중 투자유가증권을 모두 처분하는 한편 이 돈으로 외화부채를 상환했다. 영업외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앞으로 실적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연과 연 등 비철금속 가격 급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전승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고려아연은 나은 편"이라며 "다른 비철금속 업체들은 영업이익마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