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화두로 부상한 수급상황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0.31 08:29

추가 금리인하와 은행주 실적 변수...'경기흐름' 변화여부 주목

전날 사상최대 폭등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급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미국 발권력이 지원됨에 따라 외환시장 불안감이 해소됐지만 증시 낙폭과다 상태가 해소되면 경제실상과 기업실적 등 지표에 이어 시장 수급상황이 화두로 떠오를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이틀 연속 순매수를 나타내면서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에 대해 3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순매수 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날의 경우 장중 1000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막판 216억원으로 줄였고 지수선물은 사흘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이 2005년부터 시작한 순매도 기조를 바꿨다는 증거로 보기에는 박약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내 매매주체의 수급상황 또한 개선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0월 들어 기관이 2조1322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연기금의 순매수(2조1354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연기금을 제외한 투신과 은행, 증권 등 기관들은 관망하거나 사실상 순매도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문제는 당분간 투신권의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내 유동성 비중이 최근 수년래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사태)에 대한 우려와 신규 유입 자금의 급감으로 투신권의 매수 여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돼 1400p부터 2000p까지 쌓여있는 주식 매수분은 주가 반등시마다 매물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마저 매도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개인은 전날까지 5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펼치면서 그동안 어려운 장세에서도 매수기조를 유지했던 태도를 접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수급은 투자심리의 종속변수라는 점에서 바닥이 확인됐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 신규매수세가 언제라도 유입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극단적 패닉에 직면했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과거 경험상 상당기간 횡보 이상의 조정을 통한 치유 과정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반등 목표치를 다소 높게 잡더라도 그 진행 속도에는 여유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날 뉴욕증시 3대지수가 2%대 상승세를 나타내며 20일 이평선을 돌파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날 코스피증시 추가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

미국 3분기 GDP(경제성장률)이 2001년 3분기(-1.4%)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예상치(-0.5%)보다는 낫게 발표됐다. 하지만 소비가 -3.1%로 1991년 이후 첫 분기 감소이자 1980년 이후 가장 큰 침체를 보였고, 2분기 실질소득은 -8.7%로 1947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낙폭을 기록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전날 하루의 폭등이 저점을 확인하고 새로운 상승추세의 출발점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왜냐면 현재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금융위기와 시스템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이지만 경기흐름과 기업이익이라는 주식시장의 가장 본원적인 요소에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 등 본질이 바뀐 게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앞으로 주식시장은 시스템 리스크 둔화, 글로벌 유동성의 선순환 가능성, 미국주택경기 변화 가능성 등 '변한 것'과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기흐름 등 '변하지 않은 것'과의 힘겨루기 과정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1200선이 붕괴됐던 지난 20일 이후 시장의 화두였던 시스템 리스크가 해소된 모습이기 때문에 단기 반등랠리를 충분히 향유해야 하지만 급락부분을 메우는 이상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8일 장중 158p의 대폭락장을 야기시켰고 전날에도 장초반 1000선을 무너뜨린 은행주에 대한 불안은 당장 맞닥뜨릴 변수다. 국내 변수로 인한 금융, 건설 섹테에 대한 불안감이 주가 반등의 연속성과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당장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하나금융지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축소, 가계부채부담 완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시중금리의 추가하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1개월물 달러리보금리가 2.85%로 급락하며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 3% 밑으로 떨어졌고 TED 스프레드(3개월물 달러리보와 미재무성증권 수익률의 차이)는 2.82%로 소폭 밀렸다. 한국 CDS(크레딧디폴트스왑) 금리는 하루에 1.78%p 급락하며 3.82%로 떨어졌다.

그러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여전히 6%대, CP(기업어음) 금리는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실세금리 하락세가 시작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금리 하락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재개 등으로 수급상황이 풀리는지 여부가 패닉셀링의 종지부를 찍은 코스피증시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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