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GDP, 생각보단 낫다"..안도랠리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10.31 05:57

장 줄곧 플러스권 '최근들어 가장 안정'..반도체 강세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전날 금리인하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발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날이었다.
GDP가 뒷걸음질 쳤지만 예상보다는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안도감을 불러 일으켰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89.73포인트(2.11%) 상승한 9180.69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24.00포인트(2.58%) 오른 954.09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41.31포인트(2.49%) 올라선 1698.52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0.3% 하락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면서 개장초 장중 최고가까지 치솟았다. 전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금리인하로 경기회복 기대가 조금씩 살아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리보 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기업들의 기업어음(CP) 발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투자심리는 안정감을 회복했다.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미국 경제의 공식 침체를 알리는 신호이며 아직 증시 바닥은 이르다는 경계감으로 장중 한때 약보합권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유가가 하락 반전하면서 엑슨모빌 등 대형 정유주들이 약세로 돌아선 점도 지수에 부담이 됐다.

그러나 장마감을 앞두고 우려됐던 매물 공세가 나타나지 않고, 반도체 등 기술 관련주와 실적 호전주가 장을 지탱하면서 마감직전 상승세가 확산됐다.
장마감 직전 주가가 급반등 하는 변동성을 보이긴 했지만 등락폭이 300포인트이내로 상대적으로 작았고 장중 대부분 상승세를 유지하는 등 최근 들어 가장 안정된 시장 움직임을 보였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 리처드 그리프스는 "시장이 (금리결정과 GDP발표를 앞둔 긴장감으로 ) 숨을 죽였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 인텔 선전, 반도체주 강세..전업종 상승

다우지수 30 종목 가운데 25개가 상승했다.
인텔 주가가 8.2% 상승,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인텔을 비롯한 반도체주는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아메리칸 테크놀로지 리서치의 더그 프리드먼 애널리스트는 이날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맞서 과감한 선택을 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시장평균'으로 올렸다.

금융시장 회복세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씨티가 2.8%, J.P모간이 5.3%, 뱅크 오브 아메리카 2% 등 주요 금융주도 초반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인력 10% 감소 계획을 밝힌 아멕스 역시 3.4% 올랐다.

연준은 29일로 끝나는 한주동안 미국 기업들의 CP 발행 규모가 1005억달러(6.9%) 증가한 1조55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주만의 첫 증가였다.

S&P500 업종이 모두 상승했지만 에너지 통신주와 금융관련주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 엑슨모빌 실적 '최고'..모토로라는 울상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은 올 여름 유가 폭등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분기순이익을 냈다고 발표, 어닝시즌에 대한 안도감을 줬다.

엑슨 모빌은 지난 3분기중 148억3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일년전 94억1000만달러에서 57%나 급증했다. 주당 순이익(특별 비용 제외)은 2.59달러로 애널리스트 전망치 2.41달러를 웃돌았다.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2분기 순이익 117억달러도 훌쩍 뛰어넘었다.
유가가 하락반전하면서 주가는 약세권에 머물렀지만, 장후반 지수 상승세를 엎고 0.5% 올라선채 마감했다.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는 주가가 5.5% 하락하며 통신관련주 약세를 이끌었다. 3분기중 3억9700만달러, 주당 18센트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일년 전에는 6000만달러 이익이었다. 매출액은 15%나 줄어든 74억8000만달러였다. 삼성전자 노키아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모토로라는 3000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 실적보다는 4분기 전망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시만텍 주가가 17.6% 급락했다. 시만텍은 3분기 실적은 양호했지만 4분기 실적은 월가 전망치를 밑돌것이라고 밝힌 점이 악재가 됐다.

◇ 유가 하락반전...엔화 약세 '금리인하 임박'


전날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하락 반전, 마감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 우려가 확산됐다.
전날 8% 가까이 상승한데 따른 경계매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달러강세도 유가에 부담이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54달러(2.3%) 하락한 65.96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급등세 여파로 이날 장중 전자거래에서는 한때 70.60달러를 기록, 1주일여만에 처음으로 7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연율 -0.3%를 기록, 경기침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기정사실화했다.

원유 뿐 아니라 금 구리 등 전날 급반등했던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상품가격 벤치마크인 제프리-로이터 CRB인덱스가 전날에 비해 2.8%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으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전날 급락했던 달러화도 유로대비 강세로 반전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0.35센트(0.27%) 하락(달러가치 상승)한 1.2925달러를 기록중이다.
전날 미 연준의 금리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한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미 증시 상승세도 달러 반등에 기여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0.5%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0.94엔(0.96%) 상승(엔화가치 하락)한 98.33엔에 거래됐다.
일본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기존의 0.5%에서 0.25%로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딩 여건이 형성되고 '안전선호'심리가 퇴조한 점도 작용했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는 30일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27조 엔 규모의 추가 경기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아소 다로총리는 2조 엔 규모의 현금 혹은 상품권을 전가구에 지급하고 주택담보대출금에 대한 감세 혜택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 GDP, 예상대로 뒷걸음...하락폭은 예상보다 양호

미국의 3분기 경제가 예상대로 침체를 보였다. 미국 경제활동을 좌우하는 소비는 1980년 이후 가장 심하게 위축됐다. 미상무부는 30일 3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3%(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에는 2.8% 성장했었다.

GDP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침체 이후 처음이다. 당시 3분기 경제는 1.4% 역성장했다. 4분기에는 다시 1.6%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때 침체는 공식적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짧게 지속됐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마이너스 0.5%보다는 나았지만 침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크게 감소하면서 GDP 위축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3분기 소비는 예상보다 크게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2.4% 위축을 예상했지만 3.1%의 감소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1991년 이후 첫 분기 감소이며, 1980년 이후 가장 큰 소비 침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의복, 음식과 같은 비내구재 제품 소비가 6.4%나 급감했는데, 이는 1950년 이후 최대폭이다.

2분기 세금환급에 힘입어 살아났던 실질소득은 8.7% 감소했다. 이는 1947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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