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선진국에는 경제부총리 없어"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10.30 17:30

(상보)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 발언

- 경제부총리 부활, 강만수 장관 경질에 부정적 입장
- "탈락하는 사람들 보호대책 필요" 사회안전망 구축 강조
- "지도자, 국민에게 걱정 끼치지 말아야"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경제정책 혼선 논란과 관련, "언론에서 경제부총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경제부총리가 없다"고 부총리 부활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요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요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오찬을 갖는 자리에서 "부총리가 있어 (경제정책을) 컨트롤타워 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런 생각은 경제규모가 적었을 때, 대통령이 말하면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던 시대의 향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총리가 한 마디 하면 경제장관들이 따라오는 것이 일사불란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생각을 좀 달리한다"며 "생각이 똑같은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한다는 것이 과거 단순할 때는 되는데, 요즘같이 복잡할 때는 생각을 달리 하는 장관들이 토론해서 결론을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야당은 물론 여당내 일부 인사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 방안으로 경제부총리직 부활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사실상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도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강만수 장관이 미국에 가서 미 재무장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애기를 잘 한 것 같다"고 강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탈락하는 사람들 보호대책 필요"
이 대통령은 "위기극복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어려운 계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사회안전망을 보다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심하게 배려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걱정은 이런 위기 극복과정에서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격차가 또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고, 개인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며 "어려운 층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까, 사회 안전망을 보다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어려움이 시작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가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바닥에 떨어져서 삶의 의욕이 없어진 사람을 우선 살게 해주는 대책을 정부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 국민에게 걱정끼치지 말아야"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와 관련, " "최근 언론에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게 좀 안이하다는 지적을 하지만 지도자는 가슴 속에 품고 행동으로 보여야지 국민들에게 너무 걱정을 끼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항상 5개 위험이 있으면 항상 7~8개 정도 걱정하고 대비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항상 사실보다도 더 악조건을 전제로 해서 생각해 오는 것이 습관적으로 되어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이번 위기에 대해서도 공직자가 보고하는 내용과 외부에서 듣는 여러 다른 차원의 정보를 종합하는 경우에도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염려를 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대비를 하더라도 말은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위기를 잘 활용해야"
이 대통령은 "위기가 2-3년 간다는 학자도 있고, 1년 갈 거라는 사람도 있고, 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의 오래된 잘못된 관습이나 규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 기간에 규제도 완화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일을 더욱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했을 때 희망이 있겠지만 만일 우리가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보면 오히려 이 위기가 끝나고 국제사회가 크게 변화하는 시기에 뒤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을 가지고 경기를 부양시킬까가 관건인데, 국가기간산업(SOC)에 투자해 경제도 살리면서 결국 그것이 국가경쟁력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한다는 의미에서 기왕에 하는 지역의 대규모 기간사업을 당겨서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늘 주가가 오르는 것이 반가운 일이지만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데 대해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너무 일희일비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어떻게 가느냐는 큰 그림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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