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라면, 반등 모양세는 VㆍUㆍL?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8.11.06 04:11

[머니위크 커버스토리]브레이크 걸린 주가

코스피지수가 하루 158포인트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POSCO 등 무겁기로 정평 나 있는 대형주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고 떨어지는 진풍경은 이번 위기가 빚어낸 또 하나의 촌극이다.

10월27일 장중 800선까지 밀린 지수는 금리인하를 포함해 각 정부가 유동성 공급 방안을 쏟아내는 가운데 네자리수를 회복했다. 지수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추세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900을 살짝 깨고 내려갔던 것이 의미 있는 저점이었을까. 추가 급락이 없다면 앞으로 지수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수급이 재료에 우선, 1400까지 V자

펀더멘털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도 일시적인 급반등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단기간에 폭락한 데 대한 반작용으로 기술적 반등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는 이제 급한 불을 끄기 시작했고, 실물경기가 꺾이는 것은 이제 시작이지만 저점 대비 20% 내외의 반등은 어렵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른바 베어마켓 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이승주 동양종금증권 신촌지점장은 "3일 천하로 끝나는 반등이 아니라 지수 1400까지 오르는 추세적 상승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1000을 회복한 지수가 ▲1200까지 오른 후 900~1200의 박스권에서 횡보하거나 ▲1400까지 강하게 오른 후 다시 밀려 내려와 횡보하는 흐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추세 전환이라고 판단하려면 지수가 9월25일 고점인 1503까지 상승해야 하지만 펀더멘털 측면의 여건을 볼 때 1400 이상 오르는 것은 오버슈팅이라는 것.

그가 V자 반등을 예상하는 근거는 수급이다. 유동성 공급에 대한 국가간 합의가 이뤄졌을 뿐 아직 의미 있는 호재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재료보다 수급과 거래량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승주 지점장은 "포스코가 하한가까지 밀리고 코스피지수가 900을 뚫고 내려가는 과정에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투매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미미하고, 기관을 중심으로 '사자'가 우세한 장세가 펼쳐지면서 140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루한 횡보 후 의미 있는 반등, U자 그린다

코스피지수를 900 아래로 끌어내렸던 공포감이 가시면 주가는 안정을 되찾겠지만 강한 반등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 예상이다.


꼬인 심리와 수급이 제자리를 찾으면 추가 하락에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인만큼 의미 있는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를 포함해 각국이 마련한 방안이 실행되면서 일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급등했던 CDS(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 상승세도 둔화되는 등 리스크 요인들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포심리 일변도의 쏠림현상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글로벌 리스크 요인들이 변곡점을 지났다고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주식시장은 급락 후 회복 기간이 3분기 가량 걸리는 U자 형태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T 버블이 붕괴됐을 때 급락 이후 횡보 기간이 거래일 기준으로 150일 가량이었고, 최근 상황도 당시와 흡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내년 2분기부터 수출과 내수의 회복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며, 주가도 1분기 말부터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신용경색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제기능을 찾고, 유동성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죽어야 살아날 운명, L자 전개

진정한 주가 상승은 위기의 터널을 상당 부분 지나 한 쪽 끝에서 들어오는 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가와 경기의 관계를 공원에서 산책하는 주인과 강아지에 비유, 단기적으로는 디커플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목표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스톨라니의 얘기처럼 결국 주가는 펀더멘털의 회복이 뒷받침 될 때 추세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폭락 후 200포인트 내외의 급반등이 나올 여지는 얼마든지 있지만 베어마켓 랠리일 뿐 악재를 모두 반영한 추세 전환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

지난 1997~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주가가 급락 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하지만 당시는 이머징마켓의 금융시장에 국한된 문제였는데 반해 현재 위기는 금융 뿐 아니라 실물 경제까지 포함해 커다란 경제권이 무너진 상황인만큼 증시가 급락을 멈춘다 해도 상승 가닥을 잡기까지 2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최근 위기를 '죽어야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꺾이고, 기업 재고 증가와 고용 악화의 악순환을 거쳐 전반적인 자산 가격의 하락과 임금 저하에 따른 비용 절감이 기업 제조활동을 되살리기까지 고통의 터널이 짧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단기 급등이 나온다 해도 크게 보면 박스권일 가능성이 크고, 급락을 멈추고 횡보하던 주가가 상승세로 가닥을 잡기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1929년 대공황 이후 고점을 회복하는 데 24년이 걸렸다"며 "이번 위기는 주기적인 경기 사이클의 하강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의 신용팽창에서 생겨난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공황 이후의 주가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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