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IMF 간다고?" 루머의 진실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0.29 17:45

구제금융 아닌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 정부, IMF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신청 검토
- 유사시 달러 조달 가능한 곳간 확보 차원
- 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제금융과 전혀 달라
- 29일 폭등하던 증시, IMF 악몽에 급락


"결국 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가는 거야?"

29일 주식시장은 'IMF 구제금융설'에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미국증시 폭등 영향으로 오전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을 정도로 급등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C&그룹 워크아웃설'과 함께 "정부가 IMF에 지원 요청을 검토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순식간에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정부가 해명에 나서면서 하락폭을 좁히긴 했지만 결국 1000선은 탈환하지 못했다.

실제로 정부가 요청을 검토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받은 'IMF 구제금융'이 아니라 IMF가 마련 중인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 사이의 달러 스와프(맞교환) 협정과 비슷한 것으로, 금리인상 등 강제적인 '정책이행'을 받아 들여야 하는 'IMF 구제금융'과는 전혀 다르다.

문제는 이 지원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여부다. 수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IMF라는 '달러 곳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외신인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구제금융 오해에 따른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로서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운 '딜레마'다.

◇IMF 지원 논란 배경은?= 이번 사건의 연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WSJ는 "IMF가 신흥국에 긴급자금을 대주는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한국, 멕시코, 브라질, 동유럽 등의 나라를 지원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협정처럼 IMF가 신흥국들의 파트너가 돼 주겠다는 내용이다. IMF는 29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WSJ의 보도가 나온 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24일 브리핑을 자청, "우리나라는 IMF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외환보유액도 2400억 달러(세계 6위)로 넉넉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상황이 곧 반전됐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27일 브리핑에서 "IMF의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구제금융이 아니라 임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안을 보고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요청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구제금융과 같은 '정책이행' 조건이 없다면 IMF로부터 낮은 조달비용에 달러화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뒤 29일 오후 들어 코스피지수가 돌연 급락하면서 시장은 급락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이틀 전 신 차관보의 발언까지 "IMF 구제금융을 검토 중"이라는 의미로 와전돼 퍼져나갔다.

◇IMF 지원 요청, 딜레마= 정부는 30일 IMF의 신흥국 단기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원을 받을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부도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이득이다. 반면 "실제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아 시장의 불안심리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IMF'라는 단어를 곧장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연결 짓는 국민정서도 정치적 부담이다.

신 차관보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주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뜻을 밝힌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자산운용 사장은 "지금은 안정적인 상황이 아닌데다 시장에서 'IMF'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심리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과 시장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전제로 IMF의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춘수 삼성증권 전무는 "IMF로부터 단기유동성 지원을 받는 채널을 열어두면 국가부도 위험을 줄여 대외신인도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정부가 직접 'IMF 구제금융과 다르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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