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오 제발! 미국을 믿습니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0.29 17:21

"C&그룹 등 악재는 기우" 중론… 美 상승시 코스피 지지선 강화

한국이 11년만에 또 다시 국가부도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하루였다. C&그룹과 은행주의 무더기 하한가는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의 악몽을 그대로 재연했다.

1078.33까지 +7.92% 급등하던 코스피지수가 920.35로 -7.89% 폭락한 상황은 경제파탄이나 국가부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C&그룹이 설사 워크아웃에 들어간다고 해도 규모가 크지 않고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IMF 당시와 판이하게 개선됐기 때문에 제2의 IMF행 우려는 문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공론이다.

키코옵션과 금리 평가손에 국내외 주식투자분 손실을 감안할 경우 일부 시중은행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해도 신BIS비율 적용을 연기하고 있는 판에 뜬금없이 이러한 구문을 또 다시 패닉셀링의 계기로 삼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이날 개인은 장중 1만계약 넘는 지수선물 매도공세를 취한 끝에 12월물 누적 선물매매를 5000계약 순매도로 돌려놨다. 프로그램 차익과 비차익거래가 이틀째 동시 순매도를 기록할 정도로 펀드 환매에 열을 올리는 개인이 코스피지수의 상승반전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관과 외국인을 능가하는 '슈퍼개미', '철갑개미'라고 해도 국가 부도에 베팅하는 것은 지나친 과욕이다. 장중 S&P500 및 나스닥 지수선물이 2% 가까이 하락하면서 전날 사상 두번째 폭등세를 보였던 미증시가 이날 하락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면 IMF 악몽을 제대로 이용한 재테크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 된다.

중국 증시가 전날 상승분 이상으로 하락했고 홍콩 항생 및 H지수 또한 초반 5∼8%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소폭 반등에 그친 것을 보면 오늘 밤 미증시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100엔선에 육박하던 엔/달러 환율이 96엔대로 하락하고 127엔을 회복했던 엔/유로 환율도 121엔대로 급락하면서 엔화 강세 현상이 끝나지 않음을 볼 때 위기감을 불식시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주초 한국은행이 사상최대폭의 금리를 인하했어도 CD(양도성예금증서)와 CP(기업어음) 금리가 연일 상승하고 3년만기를 제외한 국고채 수익률마저 상승세를 보인다는 것은 원화자금 시장과 은행 사이드의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7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14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FOMC(공개시장회의)가 예정된 날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한국의 '97년 IMF사태'를 연구한 미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쥐고 있는 칼자루인 금리인하 카드를 허공에 날린 것인지 장담할 일이 아니다.

이날 코스피증시와 같은 상황이 오늘밤 뉴욕증시에서 비슷하게 전개될 경우 얼마나 많은 돈을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 그들이 어설프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면 크게 불안할 이유가 없다.

이날 코스피증시 개장초 일부 증시 관계자는 5일 이평선을 뛰어넘고 10일 이평선에 도달한 코스피지수가 전날 고점과의 갭을 채우는 쪽에 무게를 뒀다.
지난 13∼14일처럼 연일 갭으로 급등하는 것보다 지수상승시마다 고점 매물을 맞는 동시에 뒤따라붙지 못한 매수세에 기회를 주는 모양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전날 장대 양봉이 워낙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에 증시 급락세가 끝났다는 점을 의심할 이유가 없지만 나락까지 떨어진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돌릴 때는 두세번 정도 뒤늦은 손절매물을 받는 게 순리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비록 IMF위기론까지 부각되면서 장중 낙폭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900선 바닥인식이 보다 확고해진 이상 5일 이평선이 우상향으로 돌아서는 시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간을 벌어주다가 2차 급등세가 등장하면서 단기 골든크로스가 형성되는 상황을 그려냈다.

한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동아시아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절대적이다. 외국인이 주식순매도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주가 상승과 경기 회복은 바라는 바다.

오늘 미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준다면 이날 천당과 지옥을 오간 코스피증시는 보다 탄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미증시가 코스피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코스피 선물옵션 시장의 행태는 더욱 악랄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오늘 한 번은 모두가 하늘에 통할 기도를 해야 할 때다. "미국을 믿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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