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펀드세제혜택 확대" 한 목소리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 2008.10.29 17:33

47조 변액보험 가입자들 혜택제외 '불만'… 랩어카운트 등도 혜택 없어

- 보험료 대부분 펀드 투자 불구 세제혜택 제외
- 랩어카운트, 신탁 상품 등도 혜택 못 받아
- 장기투자 유도 등 취지에 어긋나…형평성에도 안 맞아

지난해 10월 적립식으로 변액보험에 가입한 김도식씨(32세). 김씨는 최근 정부의 펀드 세제혜택 발표를 듣고 해당 보험사를 찾았다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변액보험 자체가 이번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것.

김도식씨는 “매월 적립하는 보험료의 대부분이 주식형펀드에 투자되고 있는데 왜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변액보험 수익률도 펀드와 마찬가지로 반토막이 난 상황인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졸속 논란에 휩싸였다. 펀드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세제혜택 대상을 극히 일부로 제한하면서 곳곳에서 불만과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당국은 투자자가 직접 기준에 맞는 국내 주식형펀드(60% 이상 주식 투자)나 회사채형펀드(60% 이상 회사채 투자)에 가입한 경우에만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 랩어카운트(펀드랩), 신탁상품 등 주요 펀드 투자 금융상품들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펀드 세제혜택도 차별 ?
29일 정부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변액보험, 랩어카운트, 신탁상품 등에서 투자하는 펀드는 이번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펀드 세제혜택은 투자자가 은행, 증권 등 판매사를 통해 가입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회사채형펀드만 대상이다”라며 “변액보험 등 다른 채널(금융상품)로 투자되는 펀드의 경우 세제혜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당국이 변액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에서 투자하는 펀드를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상품 자체가 틀리고, 일부는 이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변액보험 등 보험상품은 10년 이상 가입했을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된다. 또 세수감소 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변액보험, 랩어카운트, 신탁상품 등은) 엄연히 상품 자체가 틀린 데다 변액보험은 이미 비과세 혜택도 받고 있다”며 “세수감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세제혜택 대상을 넓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채널만 다를 뿐 똑같은 펀드에 투자하는데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펀드 환매를 막고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세제혜택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침체에 따른 손해는 펀드 투자자나 펀드랩 등 다른 금융상품 투자자나 마찬가지다”라며 “정부 발표대로 이번 펀드 세제혜택의 취지가 펀드 환매를 막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애초에 모두 포함시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세제혜택 확대하라” 한 목소리
펀드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곳은 변액보험을 팔고 있는 보험업계다. 증시침체에 따른 수익률 악화로 변액보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세제혜택마저 받지 못하면서 적립을 중단하거나 해약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변액보험에 가입한 고객들 대다수는 40%-50%(주식형펀드 기준) 가량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주식 채권 등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상품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시스템에 의하면 7월말 현재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는 47조원(2001년 3월 이후 누적)에 육박하고 있다. 계약 건수는 615만7000건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변액보험 수입보험료 중 80% 가량이 펀드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 27일 기준 변액보험에서 투자하고 있는 펀드들의 순자산 총액은 31조237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펀드 순자산의 11%가 넘는 규모다. 개인 펀드 투자 비중으로 따지면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변액보험 가입자는 대부분 개인이며 거취식보다는 주로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변액보험의 주식형펀드 투자 규모는 4조4300억원(순자산 기준)에 달한다.

최영목 보험연구원 박사는 “변액보험은 사실상 펀드와 성격이 유사하다”며 “변액보험에서 투자하는 펀드가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익률 악화로 고객들의 불만이 많은데 세제혜택까지 못 받는다고 하니 해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펀드 세제혜택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해 정부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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