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코스피가 세계 경제 지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10.29 14:42

"글로벌 위기탈출 아직은 요원한 듯"

미국 증시가 28일(현지시간) 연준(FRB)의 금리인하 기대 등을 바탕으로 10% 안팎 폭등하면서 바닥을 확인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의 악몽이 끝난 게 아닌지 파악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위기탈출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전통적인 지표는 은행 손실, 주택 경기동향, 소비, 고용 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수익성을 반영하는 증시가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 실적 뿐 아니라 경기침체를 비롯한 펀더멘털을 종합적으로 시시각각 반영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이와 관련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금융위기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글로벌 경기 환경에 따라 밀접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표지수인 다우의 움직임은 위기 흐름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으며,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보다 적합하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의 리차드 번스타인 전략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수출 지향적이어서 글로벌 이익 성장에 매우 민감하다"는 이유를 들며 코스피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미국증시의 턴어라운드 여부를 코스피를 통해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일년전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후 지금까지 52%나 하락했다. 29일에도 코스피는 다우지수가 10% 넘게 반등했다는 소식에 1078까지 올랐으나 급하게 하락세로 돌아서며 158포인트에 이르는 일교차를 과시했다. 한 중견그룹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는 국내 악재가 있었지만 가시지 않은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낙폭을 키웠다.

다우지수만 보면 금융위기가 안정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코스피를 보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반영하는 높은 변동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 셈이다.


주가는 다수 대중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의 기업 실적과 경기체질 나아가 금융위기에 대한 생각이 솔직하게 반영된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시장 개방도 100% 이뤄져있다. 더불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선물과 옵션은 세계 최대의 거래량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중장기 금융위기 흐름뿐 아니라 실시간 호악재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다우지수를 보고 코스피가 움직인 것은 오래전 일이다. 요즘엔 코스피가 미국 증시를 선행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전세계 경기와 금융시장 흐름을 잘 반영하는 코스피의 안정이 이번 금융위기 해결의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이외에 은행들의 민간 대출 정상화, 주택 판매, 소비증감, 고용시장 등을 눈여겨볼 위기 판단 지표로 꼽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의 폴 카스리엘 이코노미스트는 "미정부의 자금 지원과 대출 보증으로 은행간 대출은 활발해졌지만 아직 일반인에 대한 대출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집값을 나타내는 S&P케이스실러지수는 상반기말 기준 2006년 고점대비 18%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는 15%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의 잰 해지우스 이코코미스트는 "2005년초 미국의 팔리지 않은 주택 비율이 1.8%였는데 올 2분기에는 2.8%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자동차와 가구, 전자기기 등 고가제품의 판매가 살아나야 진정한 소비회복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전했다. 더불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40만건을 넘으면 경기가 침체에 빠졌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지난주 신청건수는 47만8000건이었다.

결국 증시, 은행 대출, 주택, 소비, 고용 등 5대 주요 변수를 놓고 볼 때 아직 금융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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