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좋으면서도 가기 꺼리는 이유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8.10.29 12:38

[사람&경영]진정한 서비스 정신에 대해

여러 가지 일로 제주도를 자주 가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제주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가끔씩 불쾌한 일을 겪으면서 제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기도 한다.

한 번은 시내에 있는 목욕탕을 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입구에 도민 4천원, 외지인 8천원이란 푯말이 붙어 있는 것이다. 화가 난 내가 왜 외지인은 더 받느냐고 물어보자 원래 정책이 그렇다는 것이다.

도민에 비해 외지인은 때를 더 많이 미는가, 아니면 물을 많이 쓰는가? 도대체 이렇게 차별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용히 제주도민끼리 살고 싶으니 외지인은 아예 오지 말라는 얘기인가?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제주도에서 이런 업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모순인가?
 
제주를 가기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 중 하나는 날씨변덕과 그로 인한 미래 예측불가능성이다. 나같이 강의가 많은 사람들은 뭔가 확실한 교통수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날씨가 변덕스럽고 걸핏하면 비행기가 뜨지 않고 그렇게 되면 뭍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꾸 제주 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

날씨야 천재지변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비행사들의 행태를 보면 정말 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카 결혼식 날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구에 사는 누님 딸이 토요일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날까지 최고경영자 과정 워크숍이 있어 토요일 오전에 제주에서 대구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오전에 돌풍이 분다면서 모든 비행기가 취소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제주공항은 완전 시장판으로 바뀌었다. 뭘 물어보려고 해도 줄이 너무 길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줄을 기다려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보자 별 다른 방법이 없다며 급한 대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되면 내일도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단다. 워낙 비행기 숫자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멀쩡하게 비행기를 예매까지 했는데 왜 내가 또 다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행기가 연발(delay)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취소(cancel)되었기 때문에 사태가 심각해진 것이다. 결혼식을 제 시간에 가는 것은 이미 날이 샜다. 대구로 직접 가는 것은 비행기가 별로 없는데다 대기번호가 60번을 넘어 탈 가능성이 희박했다.
 

순간 부산으로 가서 KTX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산 비행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몇 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결혼식 참석도 못했지, 돈은 돈 대로 깨졌지만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 없었다. 어느 누구로부터 미안하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항공사 직원들도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날씨 때문에 그렇게 된 걸 낸들 어쩌느냐, 그저 당신 운수가 사나웠다고 생각해라…" 날씨가 나빠서 비행기가 안 뜰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이렇게 밖에 대응을 못하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인턴 생활 중 호주 여행을 다녀온 조카 얘기를 듣고 이 항공사는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조카의 얘기다.
 
저는 인턴을 같이 하는 친구와 둘이서 비행기를 탔어요. 몇 시간을 갔는데 갑자기 비행기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으니 의사선생님이 있으면 와 달라는 방송이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인턴 신분인지라 우리까지 나설 것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꾸 방송이 나와 할 수 없이 친구와 둘이서 갔습니다.

한 환자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거의 넘어가게 생긴 겁니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비한 장비가 전무한 겁니다. 할 수 없이 옷을 좀 풀게 하고 숨을 제대로 쉬게 하는 등 몇 가지 비상조치를 취했더니 괜찮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잠시 후 같은 증상의 또 다른 환자가 발생한 거예요. 비상조치를 취해 간신히 그 사람을 살려놓았지요. 집에 돌아와 몇 주가 지난 후 그 비행사에서 소포가 왔습니다. 싸구려 탁상시계와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는데 그 편지가 저를 열 받게 했습니다. 위에 이름만 내 이름을 쓰고 내용은 이미 있는 내용입니다.

그 내용이 뭔지 아세요? 비행기 내에서 도와주신 것 감사한다는 것인데 감사하다는 내용도 의례적이고 자기네 회사 자랑이 주제더군요. 저는 정말 열 받았습니다. 나중에 들었더니 잘못되면 의료행위를 한 의사가 다 뒤집어 쓴데요. 저는 다음에 같은 일을 당하면 절대 나서지 않을 겁니다.
 
고객은 우리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고객이 찾지 않는 관광지, 비행기, 식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지만 우리는 마치 고객을 쫓아내는 것처럼 행동한다. 찾아주는 고객이 귀찮다는 듯이 행동한다. 고객의 입장에 한 번이라도 서 본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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