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금융위기는 전세계 신용위기와 신뢰상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이 변방에 있고, '스몰오픈 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라 피해도 크게 보고 있다"며 "실물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실한 편이라 우리 시장에 대한 신뢰도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았는데 환율이 1500원까지 가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은행주를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장부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을 볼 때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분야·섹터벌로 PBR이 1 이하인 회사들은 살 만한 대상"이라며 "은행처럼 사업 자체가 안정적인 주식들이 PBR이 1 이하라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주가 바닥론'을 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삼성증권 사장 시절이었던 2004년 4월에도 '주가 바닥'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됐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500 부근에서 움직였지만, 황 회장은 "지금이 주식 매수 타이밍이고, 직접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2007년 2000선까지 뛰어올랐다.
황 회장은 또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면 환율이 1400~1500원까지 갈 이유도, 금리가 올라갈 이유도 없다"며 "정부가 과감한 외화 유동성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가 빨리 회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자신없는 부분이 부동산인데 이는 정부에서 얼마나 과감한 정책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고 효과를 발휘하면 금융시장은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KB금융지주의 모델로 ‘모죽(毛竹)론’을 설파했다. 대나무의 일종인 ‘모죽’은 씨를 뿌린 지 5년 동안 싹을 틔우지 않지만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최대 70~80㎝씩 자라 1년 만에 거대한 나무가 된다.
황 회장은 "큰 변화는 내일 당장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뿌리를 내리면 몇 년 후에 모종처럼 불쑥 나타난다"며 "KB금융지주는 모죽처럼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그 토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상황이 바뀌었어도 기본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서 금융시장 전체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단 상황이 어려우니까 시장에 불안을 준다든지, M&A를 통해 달러 빚을 지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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