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美, 이머징 국가 구원 나서야"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0.29 10:50

위기 원흉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피해 더욱 커질 것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때 해법을 제시했던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 회장이 "미국이 이머징(신흥시장) 국가 구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스 회장은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전세계 금융 시스템은 치명적인 비대칭성이 지배하고 있고 이머징 국가들의 피해가 더욱 크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머징 국가들의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로스는 미국이 위기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무엇이든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로스는 해법으로 우선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는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들에 대해 통화 스왑 창구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국가들 역시 최근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장단기 대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소비를 부양해야지만 전세계적인 침체도 상당부분 진정될 수 있다.

소로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전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15일 G20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진지하게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어떠한 글로벌 구호 노력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소로스는 "미국은 위상에 걸맞게 이머징 국가들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야만 한다"면서 "미국이 이러한 부담을 지지 않을 경우 전세계적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소로스 기고문의 간추린 내용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주변국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머징 국가를 비롯한 주변국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냉전 종식후 미 행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미국식 시장경제를 개발도상국의 발전모델로 채택하도록 한 워싱턴 합의는 다른 국가들에게는 엄격한 시장 원칙을 부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의무에서 자유로웠고 막대한 경상적자를 누려왔다.

특히 1997년 이머징 시장 위기는 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미국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 신용경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이머징 국가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은 금융권을 되살리기 위한 절박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막고 예금 보호 등의 조치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방안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예기치 않은 악영향을 미쳤다.

이머징 국가들의 화폐는 달러와 엔에 대해 급격히 하락했다. 금리와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은 치솟았고, 증시는 폭락했다. 글로벌 디레버리징 효과는 이머징 자산 매도를 야기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머징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IMF가 논의중인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은 건전한 거시경제정책을 유지해 온 국가들에게는 엄격한 요구 조건 없이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IMF는 자격 조건이 미달되는 이머징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대출도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헝가리가 IMF로부터 긴급 자금을 대출받았다.

IMF를 통한 자금 지원은 옳은 방법이지만, 이는 너무 늦고 대출 금액도 크지 않다. IMF를 통한 대출은 국가 쿼터의 5배가 최대 금액으로 브라질의 경우 15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인 2000억달러에 비해 매우 적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하고 유연한 방식의 대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