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사실상 사퇴 요구 거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08.10.29 09:42

국회 재정위서 거취언급… "미움의 매는 No 사랑의 채찍은 Yes"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일까.

강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은행채무 지급보증 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소감 발언을 통해 현 경제 상황을 포함,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장관 취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지만 일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말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 진퇴를 분명히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며 "미움의 매는 사람을 분발시키는 사랑의 채찍과 달리 사람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사랑의 채찍'과 '미움의 매'란 말에 재정위의 눈길이 강 장관에게 쏠렸다.

강 장관은 이어 "서병수 위원장을 비롯한 재정위원 여러분, 앞으로도 제가 하는 일에 사랑을 가지고 대승적으로 생각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 장관 별명은 '강고집'이다.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고집은 여전했다는 평이다. '사랑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말에선 당분간 퇴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드러났다.


'채찍'에 한 방 맞은 것은 민주당이다. 강 장관의 이 발언이 나오기까지 곡절이 있었다. 회의 막판 야당 의원들은 지급보증 동의안 처리보다 강 장관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버텼다.

총대를 멘 사람은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원내지도부인 박 의장은 "민주당은 강 장관 사과를 듣고 지급보증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며 강 장관을 압박했다. 김종률 의원도 가세했다.

강 장관은 난처한 듯 머뭇거렸다. 한나라당의 나성린·박종근 의원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은 "무슨 일만 나면 장관보고 사과하라고 하느냐"며 야당 의원들에 반박했다.

결국 박병석 의원 등은 "강 장관의 진솔한 말씀을 기대한다"며 한 발 물러섰고 동의안은 가결됐다. 그런데 '진솔한' 강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의 사퇴 거부였다.

어쨌든 강 장관은 한껏 몸을 낮추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동의안을 의결한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들에게 많은 심려를 드리고 국회에 지급보증안을 요청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님들이 지적한 사항은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질책과 충고도 앞으로 일하는 데 항상 명심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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