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보증 동의안 '11일간의 스토리'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8.10.28 19:12
28일 정부의 은행 외화채무 지급보증 동의안이 진통 끝에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했다. 시중은행들은 정부로부터 든든한 보증을 받게 됐지만 정치권은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여야는 은행빚을 보증해 주기 위해 그동안 십수차례의 회담과 회의를 열었다. 지난 17일 정부 회의에서 처음 공식 논의된 이후 11일 동안 여야대표 회담, 여야 정책위의장단 회담,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 등을 열어 공방을 벌였다.

사안 자체가 민감하고 중대한데다 시일까지 다급했기에 많은 토론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야 사이의 갈등과 심지어 당 내부의 갈등마저 골이 깊어졌다.

지급보증안은 지난 17일 정부의 거시경제정책협의에서 공식논의가 시작된 후 19일 고위당정회의를 통해 외환·금융시장 안정대책 중 하나로 최종확정했다.

국회 동의 절차를 밟기로 한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후 재빠르게 공을 정치권으로 넘겼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은 경제팀 교체, 예산안 재편성, '부자 감세안' 철회 등 5대 선결조건을 내걸어 호락호락하게 받아 주지 않을 기세였다.

한나라당은 20일 여야 대표회담을 열어 동의안 처리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어 21일 여야 정책위의장단 회담을 통해 지급보증 구상권, 은행권 자구노력 강화 등을 전제로 야당과 조속한 처리를 합의했다.

국회 통과에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던 동의안은 그러나 다시 한번 제동이 걸렸다. "지도부가 성급하게 합의해줬다. 정부여당에 끌려갔다. 당내 여론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당내 반발에 부딪힌 민주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에 강한 '액션'을 취해야 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설명과 사과, 은행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은 동의안 처리에 필수"라며 "처리 시기 문제는 27일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시정연설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없었다. 스스로도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던 만큼 민주당은 은행권의 책임이나 정부의 사후관리 대책을 보다 철저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야당의 역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의결이 예상되며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27일 재정위 회의는 다시 밤을 넘겨야 했다. 정부측의 무성의한 자료제출과 보고, 여전히 미비점이 보이는 사후대책 탓에 한나라당도 밤을 넘길 수 없다고 버티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사실상 의결을 눈앞에 둔 28일, 분주해진 쪽은 한나라당이나 정부보다 오히려 민주당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 대책을 철저하게 따져보겠다는 중요한 명분도 있었지만 의원들을 설득하고 당론을 모으는 작업도 필요했다. 이날 의원총회를 긴급소집한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의원들로부터 동의안의 처리 절차와 시기를 위임받으며 나름의 모양새를 되찾았다.

결국 재정위는 이날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의원들의 의견을 포함한 6개항의 부대사항을 첨부, 정부의 원안대로 가결했다. 국회는 이르면 29일 본회의를 열어 동의안을 최종 통과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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