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후판 훈풍' 불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8.10.29 08:33

치솟던 후판가격 하락조짐 '수익성 제고' 기대… 환율이 변수

경기 급랭으로 철강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를 만드는 주요 자재인 후판(두꺼운 철판)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경기 침체가 조선업체들에게 수주 급감이라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후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제고라는 반대급부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29일 조선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철강 제품 가격 하락으로 후판 등을 만드는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 가격도 최근 급격한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국제 가격으로 주로 인용되는 브라질산 슬래브 수출 가격은 지난 7월 톤당 1050달러를 정점으로, 8월 1000달러, 9월 900달러로 떨어지더니 10월에는 670달러까지 하락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하락 추세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슬래브 가격이 급락하면서 끝없이 치솟던 후판 가격도 정점에 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선박 제조 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후판은 그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급등세를 보여 왔다.

반제품인 슬래브를 사와 후판을 만드는 동국제강의 경우 지난해 7월 톤당 72만 5000원이던 조선용 후판 가격이 현재는 2배 수준인 141만원으로 상승했다. 내년 3월까지 적용되는 일본산 후판 수입 가격도 톤당 14만엔(약 214만원) 선으로 이전 가격에 비해 50%(엔화 기준) 가까이 올라있다.

일본산 수입 후판과 동국제강 후판이 급등하면서 톤당 92만원선으로 가장 낮은 포스코 후판 가격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로 철강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쟁 제품과의 가격차 확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제조 비용 상승 등으로 인상 필요성이 있지만 최근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인상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글로벌하게 철강 가격이 빠지고 있다"며 "후판 가격도 지금이 정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산 후판 공급가격이 결정될 내년 1/4분기 말을 전후해 가격 하락세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도 높은 가격에 도입한 슬래브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이 내년 1/4분기 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락폭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후판 수급이 타이트한 만큼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중소형 조선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판 수요 자체가 줄고 있어 낙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도 변수다. 지금과 같이 극단적인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에는 원가 하락분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원화 가치는 40% 하락했다. 수입 원자재의 원가가 달러 기준으로 40% 하락하더라도 원화 기준으로 똑같은 비용이 나간다는 얘기다.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이 후판 설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어 오는 2010년 이후로는 후판 가격 약세가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오는 2010년까지 각각 200만톤, 150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현대제철도 일관제철소가 완료되는 오는 2011년에는 150만톤의 후판을 생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약 670만톤 수준(포스코 400만톤, 동국제강 270만톤)인 국내 후판 생산은 2011년이면 1170만톤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후판 가격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환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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