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기를 폐렴으로 키웠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10.28 12:24

시장에 도는 '원죄론'..."초기 대응 실패가 상황 악화"


시장에 '원죄론'이 오가고 있다. 국내 금융 및 실물 부문의 위기가 더욱 가중되는 가운데 "과연 누가 이 위기를 불러온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강만수 경제팀'의 경질론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초기 대응이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비판이다.

정부에선 여전히 현 위기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감염'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갈짓자 행보 때문에 시장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 장)라는 의견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감기를 폐렴으로 키웠다"=시장에서는 정부의 시장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쉽게 진압할 수 있었던 불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시장에서는 △엇박자 환율정책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말바꾸기를 현 경제팀의 최대 오류로 꼽고 있다. 정부는 연초 "원/달러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이롭다"며 환율 상승을 용인했다. 그러나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불안이 우려되자 환율방어로 180도 선회했고, 급기야 국제 환투기세력의 공격을 자초했다는 게 시장 평가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이처럼 엇박자 개입 과정에서 들고 있는 '패'를 뻔히 보이자 환투기세력은 '정확한 예측가능성'을 갖고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쏟아 붓고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보유액을 통한 시장 개입은 당연하지만, 시기와 방법을 정확히 맞춰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초기 대응에 실패함에 따라 신뢰를 잃고, 비용은 커졌고 결국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경제팀의 말바꾸기도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로이터통신과 회견에서 "우리 은행과 기업들은 매우 견조해 금융과 실물 측면의 해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22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경우에 따라 IMF 당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파트장은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여기에다 정부에서 외환시장 방어에 실탄을 (무분별하게) 소모했고, 급기야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국제 투기세력이 활개치는 환경이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거품 붕괴, 은행 수익성 악화 등이 한꺼번에 터지는 과정에서 정부는 엇박자 정책으로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는 얘기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스스로 먹잇감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시장 리스크)는 건설, 부동산 그리고 이에 따른 은행의 부실 등으로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정부의 잘못된 대응 때문에 우려가 증폭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을 보면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건설, 부동산 부문의 작은 위기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가계부문마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가계 부문 부실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국내 카드사들의 건전성은 매우 안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중간점검할 때"=전문가들은 △일관된 경제·금융정책 △선제 대응을 통한 정책 효과 극대화를 주문하고 있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의 지속하락에 대해 정부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위기라는 외생변수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국내 요인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반성을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한국 경제와 금융의 문제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며 "(현재 부각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 전체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상태에서 시장불안이 가중되는 형국"이라며 "왜 '흑자도산'의 우려가 나오는지 냉철하게 중간점검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효근 파트장은 "우리 정부는 '헤드라인'만 보면서 '좋다, 좋다'를 반복하며 한꺼번에 문제가 터지도록 했다"며 리스크 안배 등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최근 위기대응에서 '선 구조조정, 후 지원'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것은 '선 지원, 후 조정'이었다"며 "일관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펼쳐 효과를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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