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박살…'골드미스' 지갑 닫는다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8.10.29 08:35

소비시장 '큰손' 골드미스, 최근 자산폭락에 '역 부의 효과'..소비 심리 위축

#동시통역사로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K씨(36). 아직 미혼으로 또래 남자 보다 연봉이 높은 소위 '골드미스'다.

재테크라고 해봤자 '예금'이 전부였지만 친구의 권유로 작년부터 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단기간에 50% 이상의 짭짤한 수익률을 올리자 예금을 대폭 줄이고 펀드에 '올인'했다. 그 사이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목돈이 필요할 일이 없었던 K씨는 펀드를 그냥 묵혀뒀는데 최근 증시가 폭락하면서 전 재산이다 시피 한 펀드 자산이 반토막났고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름신'(충동구매를 뜻하는 은어)의 유혹 앞에선 언제나 'KO'로 무너졌던 K씨였지만 요즘엔 지름신이 '강림' 조차 하지 않는다. 지름신도 얼어붙은 것. K씨는 최근 백화점 가을 세일 때 백화점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S씨(31). 대형 프로젝트로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했던 그는 최근 뒤늦게 휴가를 냈다. 원래 가까운 일본으로 3박4일간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지만 주식·펀드 수익률 급락에 원/엔 환율이 1500대로 폭등하자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

#로펌 변호사인 Y씨(32).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목돈을 펀드에 '몰빵', 최근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는 요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핸드백, 구두, 옷 등 액수가 꽤 되는 제품 소비는 물론, 일회용 콘택트렌즈, 스타벅스 커피 등 소액으로 고정적으로 새고 있던 돈도 줄이기로 했다.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골드미스'가 지갑을 닫고 있다.

경제력이 높은 30대 이상 미혼 여성을 뜻하는 골드미스는 막강한 소비력으로 인해 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타깃으로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 펀드 등 자산 가치 폭락에 실물 소비가 줄어드는 '역 부의 효과'로 씀씀이가 줄고 있어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30대 내국인 여성 출국객수는 전년동기대비 2.5% 줄었다. 2006년 13%, 2007년 17%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서 가사 노동에서 자유로운 골드미스는 여행업계의 대표 고객. 그러나 자산 폭락에 환율 폭탄까지 겹치면서 해외여행 이용이 급감하면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대 이상 여성의 해외 여행건수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해외여행이 줄었고 이달 들어 해외여행은 전년동기대비 3% 감소했다"며 "반면 국내 여행은 70% 이상 늘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여행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 업계 관계자는 "주말을 이용한 일본 도깨비 여행에 20~30대 여성들이 주로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 문의가 뚝 줄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20~30대 여성들의 이용이 많은 백화점, 호텔패키지, 공연업계도 '골드미스'의 소비 위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요즘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면서 심리적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골드미스는 백화점, 여행 및 레저 등에서 소비를 일정하게 즐겨왔지만 최근 가처분 소득 급감으로 소비 타격이 우려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