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가 국내시장 50% 점유?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08.10.27 15:19

수입액 기준 42.6% 차지… 소비자 외면 실제 유통물량 이에 못미쳐

소고기 전문도매업체 D사의 K 사장은 최근 미국산 소고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언론보도에 기가 찼다. 시장점유율이 50%라면 소고기 주문량 중 절반이 미국산이어야 하는데 실상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K 사장은 "차라리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미국산이 정말 잘 팔렸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수요도 없고 물건만 쌓아두고 있으니 현금이 돌지 않아 문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상들이 폐업을 염두에 둘 정도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때 아닌 호재성 기사가 쏟아진 내막은 통계의 오류에 있었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무역정보(KATI)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는 7030t(4398만달러어치)의 미국산 소고기를 들여왔다. 전체 소고기 수입액(1억313만달러)의 42.6%, 소고기 수입 물량(2만253t)으로는 34.7%다. 지난 8월의 2984t과 비교하면 126%가 늘어났다.

반면 이 통계상으로 호주산은 1만501t(4947만달러어치)이 수입돼 금액기준 48.0%, 물량기준으로는 5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산 소고기 검역이 개시된 후 3개월만에 점유율이 30%p 가까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숫자만 보면 미국산 소고기가 호주산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역이 재개됐으니 반짝 효과로 수입량은 급증한 것은 맞지만 팔리지 않아서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미국산 수입을 재개하면서 호주산 수입 물량을 줄였는데, 결과적으로 호주산은 없어서 못 파는 반면 미국산은 처치 곤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들여온 고기가 안 나가고 쌓여있으니 추가 수입 계약을 하지 못해 오퍼가 빠지고 있다. 호주산 양지는 미국산보다 kg당 2000원 정도 비싼데도 호주산만 찾는다"고 밝혔다.

수입업체들은 지난 9월부터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본격적으로 들여왔지만 대형마트가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외면한데다, 원산지 표시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일반 식당에서도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결국 호주달러 가치가 30% 가량 하락했지만 양지, 알목심, 볼살 등 호주산 소고기의 국내 판매가격은 10~15% 올랐다. 공급 대비 수요 초과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 수입 소고기 전문가는 "시장에서 실제 유통돼 팔린 물량을 뜻하는 시장점유율과 소고기 수입량을 동일시하는 것은 오류"라며 "지금은 유통마진을 포기하고 미국산 소고기를 덤핑 판매하는 경우도 속출할 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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