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폐기물이 녹색일자리로, 수출품으로"

이경숙,화성=황국상 기자 | 2008.10.27 19:00

[그린강국코리아, 사회적기업과 녹색성장 포럼]<1>삼성電·HP와 사회적기업의 윈윈

↑컴윈 직원들이 도미니카 공화국에 판매할 중고컴퓨터를 싣고 있다. ⓒ황국상 기자

"자자, 길 좀 비켜보세요, 짐 지나갑니다." "조심해서 실으세요. 망가지지 않게."

지난 21일, 경기 화성 석포산업단지의 ㈜컴윈 작업장. 직원들은 기자가 말 붙일 틈 없이 분주했다. 폐컴퓨터를 재조립해서 만든 중고컴퓨터 150세트를 도미니카 공화국에 발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재활용 사회적기업인 컴윈의 매출은 2006년 13억6500만원, 2007년 13억6300만원을 기록하다가 올해 목표치 1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HP와 맺은 '폐컴퓨터·모니터·전산기기 처리 위탁계약' 덕을 봤다. 컴윈이 처리하는 폐제품 물량에 비례해 처리비를 받기로 한 것이다.

27일 머니투데이와 노동부, 사회투자지원재단,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주최로 열린 사회적기업과 녹색성장 포럼에서는 이 같이 사회적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녹색성장'하는 상생전략이 논의됐다.

환경경영 컨설팅사인 에코프론티어의 임대웅 상무는 '국제적 환경규제와 연계한 기업 사회공헌 전략'으로 재활용분야 녹색일자리 창출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전기·전자 대기업들이 수거한 제품을 사회적기업에 무상 공급하면 해당기업은 환경규제를 지키면서 사회공헌을 할 수 있고, 사회적기업은 중고기기를 팔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규제와 비용증가의 악순환 대신 환경경영과 사회적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기전자폐기물이 제품과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을 지키는 구조는 이러하다. 컴윈 사례를 보자. 컴윈은 전국 교육청과 산하 학교, 지방자치단체, 기업들로부터 불용처리된 사무기기들을 수거해온다. 이중 절반 정도가 삼성전자와 HP제품이다.

컴윈은 제품 중 재사용할 수 있는 부품들을 추려내 재조립, 제품으로 만든다. 이중 80%는 국내에서 나머지 20%는 몽골, 인도, 우즈베키스탄, 도미니카공화국, 칠레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된다.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부분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이런 부분들은 플라스틱·금속 등 재질별로 다시 분류해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에 되판다. 컴윈이 수거한 사무기기들은 중량 기준으로 약 80% 재활용 혹은 재사용된다.

이때 컴윈은 삼성전자와 HP로부터도 폐기물처리비용을 받는다. 삼성전자로부터 매년 6만여 대의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세트를 처리하는 비용을, HP로부터는 7만여 대의 프린터·복합기 처리비용을 받는다. 컴윈 연 매출의 약 10%가 이 지원비에서 나온다.

폐기물처리비용의 근거는 국내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에 있다. EPR는 제품 생산자에 자사 제품의 폐기물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재활용 혹은 재사용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전기·전자제품을 비롯해 종이·전지·휴대전화·형광등 등 총 20여 품목에 EPR가 적용된다.


삼성전자, HP와 맺은 협약 덕분에 컴윈은 재활용·재사용할 물량을 안정적으로 얻는 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고용을 지난해 14명에서 올해 18명으로 늘릴 수 있었다. 그 대신 삼성전자와 HP는 EPR 의무에 따른 폐기물의 적정처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임 상무는 "최근 소규모 폐전기전자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외에 수많은 환경규제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을 자극한 대표적 규제가 폐전기·전자제품 처리지침(WEEE; 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이다. 유럽에서 지난 2003년 처음 발효된 WEEE는 가전제품 등 전기·전자기기, 정보기술·통신장비, 조명장비, 장난감과 레저스포츠장비, 의료장비를 재사용·재활용하거나 재생해 전기·전자 폐기물 발생을 막도록 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 또한 WEEE와 유사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을 통해 △제품 내 유해물질 함량 △제품 재활용·재사용·재생비율 등 사항에 대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규제 변화에 따라 컴윈뿐 아니라 늘푸른환경, 에코그린이 이미 대기업들과 협약을 통해 시장을 얻고 있다. '늘푸른환경'은 '지역자활센터 협의회 일자리 창출 지원협약', '에코그린'은 'OA(사무자동화)기기 위탁처리 계약'을 삼성전자와 맺었다.

에코테크노 일자리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임 상무는 "국제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에코(Eco)테크노가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5대 그룹의 에코테크노 투자 규모는 2005년에 4조9000억원을 넘어서 올해엔 5조~6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정부측 발제자로 참여한 나영돈 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사회적기업의 인건비 대비 매출액 비중을 보면 환경, 보건, 문화예술관광운동 업종, 이 정부지원금 대비 매출액 비중은 환경, 교육 업종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 과장은 "따라서 정부와 지원기관, 지역사회가 환경, 문화, 지역개발 등 전략 분야의 창의적인 사업모델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7일 열린 '사회적기업과 녹색성장'포럼에서 나영돈 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오른쪽)이 발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협찬=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5. 5 "국민 세금으로 '불륜 공무원 커플' 해외여행" 전남도청에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