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공황에 국가부도 우려까지 불거지는 '위기 상황'을 맞아 물가안정까지 추구하다간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혈압(물가)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침체)부터 막아야 한다"(4월2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는 논리가 반영된 셈이다.
한은은 이날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0.25~0.50%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인하폭이다.
지난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0.25% 내린데 이어 18일 만에 다시 추가로 0.7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차는 있겠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추가적인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
재정정책도 물가를 희생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273조8000억원에서 약 28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현 예산안 기준 1%에서 최대 2%까지 높아질 수 있다.
수입물가에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하향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50% 가까이 뛰었다.
물가를 좌우하는 정책변수인 금리, 재정, 환율 3가지가 모두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11월1일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7%인상하는 등 산업·가정용 전기료를 평균 5%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별로는 택시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다. 서울·인천·대구·광주 지역 택시업계는 30%가 넘는 요금 인상 요구안을 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물가를 논할 여유가 없다"며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국제유가도 떨어졌다는 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그렇게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 전직 관료는 "전시 상황에서는 안타깝지만 경기, 물가, 외환보유액 등을 놓고 차례로 하나씩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며 "3가지 다 지켜려다간 모든 것을 잃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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