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해서 돈 버는 기업도 있어요?"

이경숙,황국상 기자 | 2008.10.26 17:35

[쿨머니, 사회적기업 한마당]<1>사회적기업 엑스포 이모저모

↑"이게 다 과자야?"
한 어린이가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008사회적기업엑스포에서 장애인사회적기업 '위캔'이 선보인 쿠키 숭례문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26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 20미터짜리 인간 띠가 등장했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무료로 나눠주는 공정무역커피 '아름다운커피'를 받으려는 줄이었다.

가을바람은 차가웠지만 줄을 선 사람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경기도 평택과 오산에서 온 신하균(32), 이진영(28) 씨는 서울로 데이트 왔다가 아름다운커피를 받았다. 그들은 "지방에서는 사회적기업이란 게 있는지 모른다"며 "취약계층도 돕고 좋은 물건도 만든다니 좋은 기업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엑스포에 108곳 참여, 열띤 홍보= 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가 공동주최하는 '2008년 사회적기업 한마당'이 26일 사회적기업 엑스포를 시작으로 5일 간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날 열린 사회적기업 엑스포에는 108곳의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지원기관이 참가했다.

참가업체들은 1~2주 동안 공 들여 준비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장애우기업 위캔쿠키는 숭례문을 과자로 복원한 작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위캔 직업재활팀의 윤여광(37) 제과제빵사는 ""우리나라 상징인 숭례문을 쿠키로 되살려 위캔쿠키를 잘 홍보하고 싶었다"며 "장애우 직원들과 함께 일주일 걸려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쿠키 숭례문' 앞에서 무료로 찍은 즉석사진을 받아든 세살 난 수빈이와 어머니 김성연(32, 서울 길음동)씨는 점차 선명하게 나타나는 사진 속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에 헌 물건을 자주 기증하면서도 그곳이 사회적기업인 줄 몰랐고 사회적기업이란 게 있는 지도 몰랐다"며 한 팔에 아이를 안은 채 사회적기업 소개전단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내 연주 어때요?"
26일 청계천변에서 한 어린이가 재활용퍼포먼스그룹 노리단의 재활용악기를 두드리며 몰입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국내인 "처음 들어요" 해외인 "난 알아요"=염말수(57)ㆍ영선(49) 혜숙(43) 3자매는 청계천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1시간째 엑스포를 구경했다. 3자매는 "노인체험도 했고 재활용악기도 두드려봤다"며 "일석사조, 일석오조의 산책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요즘 원체 먹을거리가 많이 오염돼서 걱정됐는데 이런 것만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좋고,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버는 회사라는 좋은 생각을 알게 되어 좋고요. 또 우리가 직접 참여해서 좋고, 공짜로 간식 먹어서 좋고요."

판매상품을 고르러온 MD(머천다이저)도 있었다. 12월말에 프리론칭하는 '이로운몰'의 이승우(33) 매니저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찾기 힘든 엄마들에게 사회적기업이 만든 정직한 상품들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관람객들은 사회적기업에 대해 "처음 듣는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기업도 있다는 걸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선진지역에서 온 해외 관람객들은 사회적기업에 상당히 익숙했다. 미국 뉴욕에서 온 린 데로즈(47)씨는 "뉴욕에도 이민자나 빈곤층이 모여서 만든 교육업체, 옷 제작업체 등 사회적기업들이 있다"며 "나 역시 교육관련 사회적기업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 있다"고 말했다.

데로즈 씨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이런 축제를 한다는 게 흥미롭다"며 "한국에서도 사회적기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 푸른 미래를 여는 일자리=김정순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상임대표는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 과정에서 야기된 양극화, 실업, 사회적 배제라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과 같은 착한 기업들은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 공공서비스 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며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층이 늘수록 사회적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시행한 정부는 2012년까지 1000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해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영국은 지역공동체 이익회사(CIC)법을 제정한 후 2006년까지 5만5000개 사회적기업을 육성한 바 있다.

사회적기업 한마당은 30일까지 이어진다. 27일 오후3시엔 '사회적기업과 녹색성장' 포럼이 서울 을지로 장교빌딩에서 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사회투자지원재단, 머니투데이 공동주최로 열린다.

청년포럼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7가지 상상'은 2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지방노동청 1층 잡카페에서, 아시아활동가대회는 28일부터 30일까지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된다.
↑26일 오후, 시민들이 청계광장에서 모천교 가는 길의 전시장에서 열린 사진전 '108+'을 둘러보고 있다. 이 사진전은 30일까지 열린다. 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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