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공포, 글로벌 증시를 지배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0.25 13:49

도미노 붕괴 위기…안전자산 선호 자산청산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전세계 증시를 연쇄 도미노 붕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전세계 증시는 2003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150만배럴 감산 결의에도 16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달러 대비 엔 가치는 1995년 이후 13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5% 급락했으며, 영국 파운드 가치는 3분기 경제성장률 지표 발표 이후 1971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 경제도 5년래 최저폭 성장했고, 코스피지수는 11% 폭락했다.

상품 가격은 폭락하고 신용 스프레드도 눈덩이처럼 커지며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시장이 두려움을 느낀 투자자들은 달러, 엔, 서방국가들의 국채 등 안전자산 보유로 몰리고 있다.

이머징시장에 대한 충격, 선진 경제권의 우울한 지표, 기업 실적 전망 등도 증시 패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증시 저변에 확대된 공포심리는 투자자들을 투매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실물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맞지만 2~3분기간 역성장을 겪은 후 다시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문가들의 관측과는 달리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

◇ 전세계 시총 이달들어 10조달러 증발

이달들어서만 전세계 증시에서 10조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날아갔으며, 공포지수로 불리우는 변동성지수인 VIX지수는 79.13으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머징 시장은 이번 충격에서 글로벌 디레버리징(자산청산) 효과까지 겹치며 더 큰 치명타를 입고 있다. 헤지펀드들도 몰려드는 환매요청에 주식을 내다팔면서 증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마저 "내 생애에 있어 지금과 같은 공포에 사로잡힌 장세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키페, 브루이엣&우즈의 그레이크 코트 채권 헤드는 "증시는 감정적인 패닉에 빠진 상태다. 모든 사람들이 '나는 이제 어떻게 할 수 없어. 주식을 파는 대신 현금과 국채를 갖고 싶다'란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韓증시 패닉, 더욱 두드러져

3분기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록 둔화되긴 했지만 3.9%의 비교적 나은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의 증시는 세계 그 어떤 증시보다 패닉 그 자체였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22, 23, 24일 각각 5.14%, 7.48%, 10.57% 무너지며 기타 주요 증시들보다 월등히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폭락이 주요 증시보다 더욱 극심한 이유는 글로벌 자산 청산 효과도 있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다른 국가들의 투자자들에 비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막판 투매는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 등 정부가 내놓은 잇단 대책을 통해 안정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물론 실물경제는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나아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영국, 유로존 등 주요국가 들의 경기침체 진입은 확실하다.

◇ 소규모 국가들은 생존 문제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를 시작으로 2~3분기 가량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영국도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마이너스 0.5%를 기록하며,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헝가리, 라트비아, 벨로루시 등 경제 규모가 적은 국가들은 이미 생존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머징 시장의 자산은 특히 더욱 충격을 입고 있다. MSCI 이머징지수는 지난 한주간 무려 15% 폭락하며 4년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머징시장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6년래 처음으로 900bp 이상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의 국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는 급등하고 있다. 한국의 원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는 급격한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마이클 빙어 트리벤트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전세계적인 우려가 있다"면서 "은행과 회사가 실패할 것이란 두려움이 국가 부도 사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와 전세계 소규모 국가들은 이미 생존의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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