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가 된 소년의 행복은?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8.11.03 04:10

[머니위크]영화 속 경제이야기/<비투스>

최근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강마에(김명민 분)는 독특한 직설 화법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 강마에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이고, 여자 주인공 두루미(이지아 분)는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국제바이올리니스트다.

클래식이라는 음악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쉽게 다가가는 장르는 아니어서 드라마 시작 전에는 성공을 쉽게 점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수ㆍ목 밤 시간대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이 일반 사람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종종 선을 보였다. 이런 영화들은 대개 '사랑'보다는 ‘천재성을 가진 인물’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 국내에 개봉한 <비투스>(원제 : Vitus 감독/ 프레디 M. 무러 출연/ 브루노 간츠, 테오 게오르규, 파브리오 볼쟈니, 우르스 유커, 유리카 옌킨스)도 천재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클래식 음악 영화다.

◆천재소년이 열연한 천재소년 이야기

<비투스>는 우리나라에는 최초로 소개된 스위스 영화다. 원래 2006년에 제작됐으니 국내에 소개되는 데만 2년이 걸린 셈이다.

내로라하는 명인들 못지않은 피아노 실력, IQ 180의 두뇌를 가진 천재소년 비투스(테오 게오르규(12살 역)ㆍ파브리오 볼쟈니(6살 역) 분). 보청기 회사의 연구직원인 아버지(우르스 유커 분)와 어머니(유리아 옌킨스 분)는 아들의 빛나는 미래를 꿈꾸며 아들이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비투스가 좋아하는 것은 그의 괴짜 할아버지(브루노 간츠 분)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하늘을 날고 싶고,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은 비투스는 주변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박쥐 모양의 글라이더를 타고 아파트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머리를 다치게 되고 만다. 특별히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 사고로 비투스는 평범한 아이가 된다. 하지만 이는 ‘천재’를 바라보는 주변의 기대와 시기에 지친 비투스가 주변의 눈을 속인 것.

이를 계기로 비투스는 피아니스트와 평범한 아이로서의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비투스는 생활고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와 최고경영자를 눈앞에 두었다가 잘린 아버지를 위해 주식투자에 나선다. 주식투자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 비투스는 할아버지의 소원인 경비행기를 사드리고,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를 인수한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 신동’으로 돌아온다.

<비투스>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천재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121분의 긴 상영시간과 독일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어색해서 좀 지루하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비투스 역을 맡은 테오 게오르규는 실제로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소년으로 이 영화 속에서 현란한 피아노 연주 솜씨를 뽐낸다.

<비투스> 국내 포스터를 보면 괴짜 할아버지로 나오는 브루노 간츠를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인물로 소개한다. 하지만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과연 이 영화를 알까 싶다. 빔 밴더스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독일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는 동서독의 통일 전인 1987년 베를린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국내에는 통일 후인 1993년 개봉됐다. 공교롭게 통일 3년 전에 만들어져 통일 3년 후에 국내에 선보인 것. 상당히 철학적인 이 영화는 1998년 헐리우드에서 <씨티 오브 엔젤>(감독/브랜드 실버링 출연/니콜라스 케이지, 맥 라이언)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다.

◆풋옵션 매수로 백만장자 된 비투스


비투스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단 한번의 ‘올인’으로 백만장자가 된다. 그가 선택한 것은 증권, 그것도 파생상품인 풋옵션이다. 아버지가 다니는 보청기 회사인 ‘포나식스’의 결산이 상당히 나쁘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듣고 풋옵션을 매수해 대박을 터트린 것. 할아버지의 저금, 집, 연금 등 전 재산 34만스위스프랑(한화 약 4억1572만원)으로 227만1000스위스프랑(27억7675만원)을 만들어 냈다. 비투스는 여기서 얻은 수익을 나스닥 기술주, 중국 레드칩주식, 그리고 헤지펀드에 재투자해 자산을 늘려간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마지막 금액은 573만6000스위스프랑(70억1341만원)이다.

옵션은 옵션거래 종목을 장래의 지정된 날 또는 그 이전에 일정한 가격으로 사거나(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다. 비투스가 활용한 풋옵션 매수는 일정 시점에 행사하기로 한 가격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즉 시장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으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행가가격보다 높으면 옵션행사를 포기하면 된다. 미리 지급한 프리미엄 금액만 손해를 본다.

비투스는 포나식스의 실적이 나빠 주가가 빠질 것을 예측했기 때문에 풋옵션 매수를 선택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비투스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셈이다. 12살에 불과한 비투스는 직접 주식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인터넷 거래로 주식 투자에 나선다. 즉 할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차명거래’를 한 셈이다.

하지만 비투스와 그의 할아버지 모두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금융실명제법의 한계 때문이다. 초간단 법률인 금융실명제법에는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하는 ‘명의신탁’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또한 현행 금융실명제법으로는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을 처벌할 수도 없다. 다만 금융회사 직원이 실명확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뿐이다.

◆누구를 위한 자녀의 행복일까

천재 비투스는 왜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었을까. 부모가 추구하는 행복과 비투스가 추구하는 행복이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투스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을 갈망했고 마침내 피아니스트가 된다. 하지만 그 중간 과정에서 비투스는 반항을 한다. 사고를 가장해 이중생활을 한 것도 일종의 반항이었다. <비투스>는 어른들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이, 그리고 틀에 박힌 사고가 얼마나 어린 영혼을 옥죄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고로 죽은 할아버지는 편지에서 비투스의 부모에게 조언을 한다.

“너무나도 영리해서 사람들로부터 도망가려는 아이는 그에 맞는 방법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니.”

과연 우리는 우리의 자녀를 누구의 방법에 의해 키우고 있을까. 그것부터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자녀의 진정한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임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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