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도 돈가뭄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오수현 기자 | 2008.10.23 17:07

채권발행 난항에 영업축소 등 잇따라

카드, 캐피탈 등 여신금융업계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여신금융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영업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채권시장이 마비되자 영업을 축소하고 계열사에서 자금을 수혈받는 등 비상이 걸렸다.

◇"자금확보 전쟁"=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카드·캐피탈사가 발행한 채권은 모두 36건으로 총액은 5800억원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월평균 발행액 1조6230억원과 비교하면 여신금융사들의 영업 '실탄'이 3분의1 이상 줄어든 셈이다.

발행금리도 상반기에는 평균 6.32%였으나 △7월 7.34% △8월 7.55% △9월 7.71% 등으로 오른데 이어 이달 들어 8.45%로 치솟았다.

문제는 채권발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는 하나캐피탈, 롯데캐피탈, KT캐피탈, 우리파이낸셜 등이 채권을 발행했지만 이달 들어 삼성카드, 현대카드·캐피탈, 신한카드 외에는 채권발행 실적이 전무하다. 든든한 모기업이 없는 중소 캐피탈사들은 사실상 자금줄이 막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금이 없으니 영업을 축소하고 리스크관리만 주력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대우캐피탈은 하반기 들어 자동차할부 고객기준을 개인신용평가(CB) 4등급으로 상향했다. CB 4등급은 은행에서도 우량고객으로 분류되며 부도율이 1.3%(한국개인신용 기준) 이내로 평가 받는다. 우리파이낸셜도 하반기 들어 할부대출 취급기준을 5등급으로 상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계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도 적잖다. 신한캐피탈은 관계사를 통해 1조원의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파이낸셜은 우리금융에서 3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산은캐피탈 역시 산업은행의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주로 금융지주 및 대기업 계열사인 덕분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졌지만 아직은 금리가 문제일 뿐 자금줄 자체가 마른 건 아니다"고 전했다.

◇"위기, 아직 아니다"=일각에서는 여신금융사가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이들 업체의 영업축소로 가계유동성이 마르는 경우 은행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그러나 "옛 신용위기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최근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됐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곳이 많다"며 "최근 2~3년간 순이익이 상당해 내부 유보금도 충분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자동차를 처분하거나 신차 구입을 미루기 때문에 자체 리스크 관리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대형사들은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는 상태다. 현대캐피탈은 중소업체들이 취급하지 않는 CB등급 7등급 고객까지 할부대출을 하고 있으며,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최근 중고차 할부시장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위기론을 배제했다. 카드사 연체율이 아직 3% 내외에서 형성돼 있다. 현금서비스도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용위기 당시 돌려막기 등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킨 탓인지 자발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영업은 다소 위축되겠지만 대부분 지표는 아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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