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도덕적 해이 막기' 총력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오상헌 기자 | 2008.10.22 17:33
-보증수수료 1% 내외서 차등화
-담보·적립액 요구 방안도 고심
-임직원 고임금도 압박

정부가 은행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과 관련,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급보증의 대가로 받는 보증 수수료는 은행 자구 노력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보증수수료 외에 지급보장에 따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가 은행 대외채무에 대해 총 1000억달러까지 지급보증키로 한데 대해 "보증 수수료를 상황에 따라 은행별로 차등화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으로로 은행들의 자구 노력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지급보증에 따른 은행권의 도덕적해이 우려에 대해 "보증료를 상당한 수준으로 받고 상황에 따라 차등을 해서 자구노력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급보증 수수료 수준에 대해선 "미국은 인터뱅크론의 개런티(은행간 대출거래 보증료)가 0.75%인데 우린 과거 외환위기 이후 1%를 기준으로 국제경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경우 2%까지 부과했고, 좋은 경우는 0.5%만 했다"며 과거 사례를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 관계자는 "보증수수료는 1%를 기준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너무 높으면 보증을 받기 어려운 만큼 적정하게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별로 일단 1%의 보증수수료를 부과한 후 해외자산 매각을 통한 달러 조달 자구 노력, 우량 중소기업 등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을 감안해 금리를 가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지급보증을 받는 은행에 담보나 일정한 적립액을 요구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해 예산의 절반 가량이나 되는 1000억달러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는만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우선 주식을 담보로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은행 대부분의 경우 자사주 보유 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일정 비율의 적립액을 요구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안 그래도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보증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시중 유동성 부족 현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규칙과 1998년 외화위기 때의 선례 등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은행별로 상황이 달라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는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218억 달러 규모의 보증을 할 때 적립 방식을 선택했다. 은행들이 자구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실화돼 보증에 손실이 생길 경우 적립금으로 갚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은행들에 보증 대가를 요구한다고 해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제외된다.

'국가 보증채무 관리규칙'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출자한 법인 등은 해당 사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각각 60.1%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73%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같이 정부 지급보증에 대해 담보 등 대가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관련 규칙을 적용받아 담보 등의 요구에서 제외되겠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경우엔 시중은행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 임직원의 고임금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날 강 장관은 은행장들의 연봉 삭감이나 스톡옵션 반납도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대해 "금융위와 은행들이 협의 중인데 그런 방안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정부의 채무보증을 받으려는 은행들은 국가채무보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가채무보증신청서에는 사업계획서, 채무발생의 원인관계서류 또는 차입(채권발행)계획서, 상환자금조달계획서 등의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