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외화차입 보증 담보 방안 놓고 고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8.10.22 16:09
-주식 등 담보 요구, 규모 작아 실효성 없어
-일정비율 적립 요구는 오히려 유동성 악화 요인
-산은 등 국책은행은 담보 요구에서 제외돼

정부가 은행 외화차입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신 은행에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어떤 대가를 요구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가 보증채무 관리규칙상 정부는 보증채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증채무 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채무자에 담보 제공이나 보증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의 적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여야는 전날 은행 외화차입에 대한 보증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이같은 국가 보증채무 관리규칙에 근거해 정부 보증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해 예산의 절반 가량이나 되는 1000억달러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는만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 인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에 담보 등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주식을 담보로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은행 대부분의 경우 자사주 보유 규모가 작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일정 비율의 적립액을 요구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안 그래도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 보증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시중 유동성 부족 현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규칙과 1998년 외화위기 때의 선례 등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은행별로 상황이 달라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는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218억 달러 규모의 보증을 할 때 적립 방식을 선택했다. 은행들이 자구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실화돼 보증에 손실이 생길 경우 적립금으로 갚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은행들에 보증 대가를 요구한다고 해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제외된다.

'국가 보증채무 관리규칙'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출자한 법인 등은 해당 사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각각 60.1%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73%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같이 정부 지급보증에 대해 담보 등 대가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관련 규칙을 적용받아 담보 등의 요구에서 제외되겠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경우엔 시중은행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채무보증을 받으려는 은행들은 국가채무보증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가채무보증신청서에는 사업계획서, 채무발생의 원인관계서류 또는 차입(채권발행)계획서, 상환자금조달계획서 등의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이와 관련,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1차적으로 은행으로부터 보증료를 상당한 수준으로 받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의 형태로 (은행들의) 자구노력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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