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유찰로 경매시장서 반값 아파트 속출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10.23 12:07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되고 있다. 부동산경매시장에서는 입찰자가 없어 몇 번의 유찰로 감정가의 반값에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상가 역시 한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역시 1주일 만에 1억원 넘게 값이 빠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급격하게 치솟아버린 아파트값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출금리가 너무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의 선택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단시일 내에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수도권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6억원 초과 아파트도 집값의 60%까지 대출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여유자금이 있는 일부 수요층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반복 유찰로 경매에선 아파트가 '반값'

부동산 침체의 골이 깊어가는 가운데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아파트가 여러 번 유찰되면서 감정가의 절반에 경매 부쳐지는 ‘반액세일’ 물건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감정평가액 8억원인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161㎡(49평형)의 경우 3회차 경매까지 응찰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 24일 감정가의 51%인 4억960만원에 다시 경매에 나온다.

이 아파트는 현재 소유자가 살고 있어 기존 점유자를 내보내는 집 비우기 과정인 명도가 비교적 쉽고 낙찰되면 등기상의 모든 권리가 말소되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는 깨끗한 아파트인 데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마포구 도화동의 현대아파트 185㎡(56평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감정가는 8억7000만원이었으나 3번 연속 유찰되면서 28일 4억4544만원(감정가의 51%)에 서부지법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 동아솔레시티 211㎡도 최저가 5억1200만원에 30일 수원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이 아파트의 본래 감정가는 10억원으로 7월 8월, 9월 경매됐으나 한 장의 입찰표도 제출되지 않아 절반 가격으로 최저가를 낮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 경매 물건은 한번 유찰되면 20%씩 가격이 떨어진다. 법원에 따라 30%씩 저감되는 곳도 있긴 하지만 상당수의 법원이 20% 저감률을 적용한다. 신건(1회차 경매)의 경우 감정가와 최저가가 동일하며 경매를 진행해서 응찰자가 없을 경우 유찰로 처리되고 약 한달 뒤에 최저가를 20% 낮춰 2회차 경매를 한다. 유찰이 거듭되면 최저가는 감정가의 100%에서 80%, 64%, 51% 순으로 계속 낮아진다. 결국 3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절반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되는 아파트가 유찰을 거듭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락잔금대출을 받기가 전에 비해 수월치 않기 때문"이라며 "경락잔금대출은 2금융권이 많이 취급하는데 최근 2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대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주공상가도 유찰사례

상가시장에서 한때 '불패'의 신화를 이어오던 주공상가 역시 한파를 맞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수도권, 지방등 전국 18곳에 공급됐던 주공상가 78개 점포 중 21.7%인 17개 점포만이 낙찰돼 무더기 유찰 결과를 낳았다.


특히 성남판교는 배후단지 256가구의 A2-2블록, 배후단지 504가구의 A5-1블록, 배후단지 510가구의 A5-2블록 등의 17개 점포 가운데 단 3개 점포만 낙찰됐다. 재분양분인 A7-2블록과 A18-1블록의 경우는 6개 중 3개 점포가 주인을 찾았다.

오산세교 역시 A-3블록(배후단지 836가구), A-4블록(1167가구), A-6블록(736가구) 등 21개 공급 점포에 대한 입찰에서 6개 점포만 낙찰됐다.

지방은 더 심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경산사동(1417가구)과 울진읍내(280가구) 주공 상가도 전체 공급물량 16개 중 단 하나의 상가만 주인을 찾았다.,

이번 주공 상가의 공급분 중에는 비교적 관심도가 높은 지역과 배후단지의 규모도 큰 곳이 여러 곳 포함돼 투자 움직임이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됐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여서 업계에서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해동을 위해 정부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 초부터 고유가, 고금리, 미국발 금융위기 등 연이은 악재에 투자자들이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판교만 놓고 보더라도 7월, 8월, 10월 입찰 결과가 들쭉날쭉이었다"며 "이는 상가의 상품성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보다 경제 불안을 동반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결국 문제는 금리

아파트 시장도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값을 크게 떨어뜨려 내놓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다보니 1주일만에 수천만원씩 가격이 주저앉기도 했다.

지난 주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일대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서초구 서초동의 삼풍아파트 165㎡(50평형)는 지난 주 16억2500만원에서 14억7500만원으로 한 주 만에 1억5000만원이 급락했다. 롯데캐슬클래식 148㎡(45평형)는 1주일 만에 1억3000만원이 하락해 14억4500만 원으로 매매가가 조정됐다.

서초동 M공인 대표는 "집을 꼭 팔아야 할 경우 시세보다 최소 1억원 이상은 집값을 낮춰야 매수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며 "매수자 우위시장이 형성되면서 집값을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담보대출금리가 크게 치솟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수요자도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주택구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 2~3년 전 5%대에서 형성됐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고 10%대를 넘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21일 발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안에 대해서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 하다. 대출은 더 많이 받을 수는 있겠지만 대출이자가 훨씬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LTV나 DTI 제한이 풀린다 해도 이자를 두 배씩이나 내면서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요즘처럼 금리가 높아지는 분위기에서는 부동산대책도 큰 효과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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