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네가 필요해'(상보)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 2008.10.22 12:58
-폴슨 장관, 중국이 필요하다 발언
-중국 성장 둔화, 세계 경제에 먹구름
-위기 극복에 美中 협력 절대적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사진)은 21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진정을 위해 전세계 공조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엔진'"이라고 치켜세웠다.

폴슨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가진 연설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예금을 보호하는 등 각국 정부들은 개별적이고 집합된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폴슨 장관은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중국의 통화 위안화가 지난 2005년 7월 이후 20% 이상 절상된 데 대해 만족한다"며 "미국과 중국의 이해와 믿음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슨은 '전통적으로' 중국에 대해 강성이었다. 위안화 절상에 대해서는 거의 협박 수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었다.

그런 폴슨이 달라졌다. 이날 발언은 사실상 도와달라는 하소연처럼 국제시장에 메아리쳤다. 폴슨의 저자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CNN머니는 이날 '미국에게 중국이 필요한 이유'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2001년 미국이 심한 침체로 가는 것을 중국의 고성장이 막았다며 이번 위기 극복에도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고성장이 둔화되면 미국의 침체 극복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3분기 성장률이 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은 9.9%였다. 13억 인구를 감안할 때 놀라운 성장세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해마다 10% 넘는 성장을 과시했다.

이에따라 중국은 물론 미국의 우려도 커졌다. 중국은 미국의 3위 수출국이다. 미상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18% 증가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빠르게 추적하는 중이다. 중국은 또 대규모 미국 채권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비자, 모간스탠리, 블랙록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상태다. 2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은 미국채와 공기업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중국의 성장 둔화는 미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중국의 건재함을 소망하고 있다. 중국과 거래가 없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바클레이 캐피털의 크리스틴 브로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의 세계 경제 거래 규모는 1998~2002년보다 100% 증가했다. 그만큼 수입과 수출이 많아졌다"고 파악했다.

문제는 경제가 개방돼 해외와의 거래가 많아지면서 중국 역시 이번 금융위기에 적지않게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브로다는 "중국이 이번 위기에서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선진국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 이머징마켓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위기가 장기화되면 중국의 고성장은 더 힘들어지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악순환 고리가 우려되는 것이다.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산업장비 제조업체인 이튼의 최고경영자(CEO)인 새디 커틀러는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들 손실 충격으로 내년 세계 경제 성장은 2.5% 하락할 수 있다"며 "이경우 2009년 10%로 예상되는 중국의 성장률은 7.5%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장비업체인 캐터필라 역시 21일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며 중국의 내년 성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들의 중국 체감 지표가 냉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PNC파이낸셜의 스튜어트 호프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장 둔화로 정보기술(IT) 산업을 비롯한 모든 업종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유국이면서도 세계 2위의 원유수입국인 중국에게 이번 유가 폭락은 무게 있는 호재다. 소비가 살아날 계기가 주어진 셈이다. 유가 폭락에 크게 흔들린 러시아와 중국은 경제체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중요성을 아는 미국, 미국발 금융위기의 무서움을 인지한 중국은 이미 상당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미 연준(FRB)과 인민은행은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는 공조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같은날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CNN머니는 두 나라는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다고 해석했다. 호프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공조는 전세계 경제가 분리돼 있지 않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며 "미국은 더이상 유일한 성장동력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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