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미래에셋에 부족한 2%"

박영암 시장총괄데스크  | 2008.10.22 11:29

[마켓와치]"'고수익 운용사' 아닌 믿고 신뢰하는 운용사로 다가와야"

미래에셋이 8년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예상보다 깊고 긴 글로벌 증시 하락에 미래에셋 고객들이 동요하고 있다. 40%가 넘는 펀드손실에 고객들은 미래에셋의 운용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부 고객은 과감히 손절매에 나섰다. 투자자들의 불만에 편승한 정치권의 문제제기도 미래에셋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당초 설명과 달리 중국에 몰빵 투자했다며 불완전판매 여부를 문제삼았다. 신생 운용사로서 어렵게 쌓아올린 '박현주 시리즈'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날린 2000년 IT거품붕괴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설정한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의 최대 아킬러스 건이다. 인사이트는 설정당시 한달만에 4조원을 모집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세계 증시를 찾아다니면서 고수익을 안겨주겠다는 미래에셋의 주장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거액이 몰려오자 판매사들도 자제력을 잃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옆 한국노총 수협지점은 '인사이트 펀드 판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고객을 모집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에 노출되면서 인사이트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투자자들의 찬사는 하루아침에 원성과 저주로 변했다. 인터넷 투자 카페는 인사이트와 미래에셋을 원망하는 글로 도배된지 오래다.

미래에셋의 이같은 시련에 시장은 우려와 동정보다는 오히려 이를 즐기는 분위기다. 10년이란 짧은 기간에 자본시장의 최강그룹으로 발돋움한데 대한 시샘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부 성급한 인사는 펀드업계의 질서개편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미래에셋이 이번 시련을 성공적으로 극복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미래에셋은 IT거품 붕괴시 실패한 경험을 유산으로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래에셋은 2004년이후 국내경쟁사들을 압도해 왔다. 시장 트렌드를 한발 앞서 읽어내는 안목과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로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 과정에서 국내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은행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주식(펀드) 위주의 투자문화로 바꾼 것은 미래에셋의 최대 업적이다. 적립식펀드를 통한 펀드투자의 대중화도 미래에셋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홍콩과 중국 인도에 진출한 안목도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미래에셋은 또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금융재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은 올해 -40%대의 펀드 수익률과 별개로 평가받아야 한다.

◆ 1위에 걸맞지 않은 위상...'청지기 정신'결여

하지만 미래에셋은 이같은 공로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 부진이라는 잣대로 미래에셋에 돌을 던질 수 없는 운용사들도 인사이트의 부진한 성적을 질타한다. 업계 1위 업체의 업보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98%만 인정받는 이면에는 미래에셋의 책임도 크다. 외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진실된 2%가 항상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그것은 바로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청지기 정신은 자산운용업의 핵심 가치다. 힘들게 번 재산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는 고객자산을 자기 것처럼 고도의 윤리의식과 전문지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운용사는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전문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 이것이 바로 운용업이 증권산업이 '꽃'이라 불리는 이유다.


청지기 정신이란 점에서 본다면 미래에셋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그동안 미래에셋은 '강세장에서 수익 잘 내는 운용사'이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강세장에서 베타계수가 높은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면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운용사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고객 돈을 자기 것처럼 성실하게 운용한다'는 이미지는 부족했다. 박현주 회장의 최근 행동은 기존 인식을 더욱 강화시켰다.

박회장은 9월중순 일반 고객들에게 펀드환매 자제를 당부하면서 직접 중국펀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미래에셋그룹은 법인 골프회원권을 30개 이상 매각했다. 이같은 미래에셋의 행동은 시장과 펀드고객에게 다소 혼란스런 메시지를 던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위험자산(중국펀드)투자를 고객에게 권하면서 정작 회사는 가격하락에 대비해서 골프회원권을 처분하는 다소 모순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까. 즉 고객에게는 인플레 투자를 권하면서 진작 자신은 디플레 투자에 나서는 미래에셋의 모습에서 진정한 청지기정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현재까지 나타난 고객들의 불만은 미래에셋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그동안의 미래에셋 공을 인정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고객을 위해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은 쉽게 변심할 것이다. 마이너스 30~40%의 손실이 아까워 환매를 못할 거라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고객의 손실에 진정으로 가슴아파하며 운용보수 인하 등 고통분담방안을 선도적으로 발표할 때 미래에셋은 '참으로 고객돈을 처가집 돈처럼 운용한다'라는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동안 부족했던 2%를 채울 수 있다.

차제에 업계 1위에 걸맞는 운용시스템의 개선을 조언하고 싶다. 미래에셋에는 박현주 회장이 "연봉 100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는 CEO이자 CIO"라고 극찬한 구재상 사장을 비롯, 손동식 주식운용 대표와 김경록 채권운용대표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이 고객들과 보다 많이 만나야 한다. 박 회장 혼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증시투자를 언급하는 미래에셋을 고객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의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현재의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길 원한다. 최근 미래에셋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는 박 회장의 목소리가 미래에셋 전문가를 압도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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