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샌디스크 인수 의지 꺾었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10.22 10:06

주당 26불 제안 철회일뿐 '인수의지' 꺾은건 아닌 듯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 제안을 전격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2일 이윤우 부회장 명의로 샌디스크 최고경영진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달 주당 26불에 샌디스크 주식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전자가 밝힌 철회 이유는 '샌디스크의 협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측은 지난달 주당 26불 제안 이후 협상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샌디스크의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실적은 악화되는데다 샌디스크가 도시바와 합작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더 이상 주당 26불로 샌디스크를 인수할 수 없다는 게 삼성전자가 밝힌 인수 철회의 이유다.

◆삼성電, 인수의지까지 꺾은 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인수제안 철회가 인수 의지를 완전히 꺾은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영문 편지에 사용한 용어가 인수 포기를 의미하는 'give up'이나 'abandon'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여지를 남기는 철회의 의미인 'withdraw'를 썼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당 26불 인수'를 철회한 것이지 '인수 의지'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샌디스크에 보낸 서한에서 "인수제안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여전히 두 회사의 합병이 우월한 글로벌 브랜드, 강력한 기술 플랫폼, 규모와 리소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I continue to believe that...)"고 밝힌 데서도 현재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는 인수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샌디스크가 보여온 모습들도 삼성전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분석된다. 샌디스크는 지난 20일 기존 합작 파트너인 도시바에 일본내 합작 생산법인의 설비 30%를 10억 달러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또 외신 등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샌디스크의 이같은 조치들에 대한 '불쾌감'을 서한에서 그대로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샌디스크와 도시바간의 합의를 '성급한 재협상'이라고 표현했고 조직 전 부분에 걸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삼성 인수 후 가치를 상당히 약화시키는 것'으로 지적했다. 삼성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별도의 협상이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삼성電, '샌디스크 인수' 길게 본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 제안 철회는 주당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인수가격 주당 26달러는 이제 삼성 주주 이익에 반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을 내놓은 것이 이같은 분석을 가능케 한고 있다. 22일 현재 샌디스크의 주가는 14달러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제안한 가격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20달러 이상으로 높아졌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주가는 계속 내림세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수 철회로 인해 이날 샌디스크의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샌디스크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2분기에 비해 더욱 확대된 상태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샌디스크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샌디스크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삼성전자와의 협상에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사실상 삼성전자로서는 샌디스크에 인수 가격을 깎자고 제안할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인수제안을 철회함으로써 경영진의 기선을 완전히 제압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노림수로 분석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샌디스크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위축이나 반도체 업계의 현실, 샌디스크의 어려운 환경 등 여전히 칼자루는 삼성전자 쪽에 쥐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는 협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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